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자고요? 좋지, 그런데…

중앙일보

서울대 사회복지학 교수의 사설을 읽고 스팀 받아서 쓰는 포스트. 토요일에도 이런 기사를 보고 열을 내다니 나도 참 미쳤지…

저 말인 즉슨, 부양의무자 때문에 기초생계를 위협받으면서도 최종사화안전망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특히 노인들. 그들을 위해서라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는 건 어떨까? 이다.
부양의무자라는 것은 자신을 기준으로 직계 존/비속을 의미한다. 노인의 경우는 노인의 자녀와 그 자녀의 배우자. 청장년층이라면 부모, 자신의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 결혼을 했으면 자녀와 자녀의 배우자, 결혼을 안 했으면 자녀들,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는 이혼을 하든 하지 않았든 아이들의 부모를 의미한다. 기초생활보호를 받기 위해 신청하는 것도 나름대로 까다로운 편인데 일단 신청하려는 가구(수급자는 개인으로 안 한다. 가구단위로 하지) 모두에게 근로능력이 없어야 한다. 그 가구의 전제조건이 65세 이상, 장애등급이 4급 이상, 희귀난치성 질환자, 북한이탈주민, 무형문화재 전승자, 의료급여 의 근로능력평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진단과 등급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 질환자, 18세 미만의 미성년 등, 도저히 뭘 하려 해도 질병과 장애와 노령과 미성년으로 근로능력을 가질 수 없는 이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 외에 저 조건에 드는 이를 부양하고 있는 같이 사는 가족의 경우에 자활(시/도에서 정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신청할 수는 있는 것 같지만 그 비율이 썩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더라. 그렇다고 저 조건이 맞는다고 다 되는가? 그것도 아니다. 일단 상담을 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이 저렇다는 것이고 상담 이후에 재산과 소득을 다 따지고 들어가는데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게 저 부양의무자 조건이라는 것이다. 저걸로 인해 본인의 생계가 어려워도 수급자 신청을 하는 족족 탈락한다거나 상담조차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노인가구는 상당히 어렵게 사는데 그 자녀들은 잘 나가는 전문직종을 갖고 남부럽지 않게 잘 살면서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경우, 아버지가 국가 고위공무원이고 자신의 친자임에도 불구하고 전처의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겠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유교적인 문화성향이 상당히 강하므로 이런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관대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리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버리면 이런 일이 생길 것이다, 아마

– 신청가구단위로 소득/재산을 평가하게 되면 기초생활군에 들어가는 인구가 무진장 많이 늘어난다
– 국가에서 모두 부양하려면 당연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
– 그 돈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세금으로? 기금으로?
–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뻔하고 세금을 걷는 게 가장 빨라 보인다
– 그런데 그 세금을 누구에게서 걷을 것인가? 국민? 기업? 부양의무자의 부양비?
– 부양비를 받는 경우, 부양의무자가 잘 내는 경우도 있겠으나 버티는 경우에는 이 제도에 강제사항이 있던가?
(참고로 현재 부양의무자에게서 고지서로 부양비를 부과하는 경우는 있다. 그 기준이 심하게 까다로워 드러나지 않을 뿐)
– 세금 내는 걸 좋아하는 국민이나 기업을 나는 주위에서 본 적이 없다, 절세/탈세 등으로 도망가려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저 교수님은 이런 걸 감안하고 글을 썼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저 기고문을 봤을 때 즉시 저 생각이 들어 열이 확 오르더라. 나라에서 부양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은 당연한 건데 그 돈이 많이 드는 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부양의무자의 기준을 없앱시다”라고 쓰면 어쩌란 말인가.? 북유럽형의 복지를 만들고 싶으면 그 제도를 보다 보면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는 걸 납득하거나 내는 만큼의 혜택을 자신들이 받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 기준까지 못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현재로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자는 주장에 심히 회의적이다. 그 대안이 잘 마련되기 전까지는

砂沙美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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