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i fit 해외토픽을 보신 어머니 말씀

집에 비디오게임기를 놓은 지(?) 근 13년이 되었다.  그 전에는 동생이 친구 집에서 빌려오는 방식으로 짬짬이 플레이하다 본격적으로 집에 게임기가 놓여진 것은 고 3때 들어온 슈퍼패미콤.  그렇게 부모님과 우리의 비디오게임기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된 셈이었다.  필사적으로 플레이하는 걸 숨기기 위해 게임기는 tv 밑 가방에 숨겨져야 했고, 플레이는 부모님이 주무신 이후나 우리는 휴일이지만 부모님은 출근하시거나 외출한 날이어야 가능했었다.  물론 그렇게 플레이하다 배짱이 생겨 당당하게 놀다가 들켜 무진장 야단맞은 일도 빈번했고
ps가 나오던 시절 소울엣지 오프닝을 부모님께서 보셨을 때는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거짓말도 해 봤고, 동생이 엔딩을 보는 FF 8 플레이 도중에 아버지가 들어오셔도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라며 뻔뻔한 거짓말을 해 가며 위기를 넘기곤 했었다.  물론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되신 부모님에게 야단맞은 건 당연한 일이었고(영원한 거짓말은 없다는 교훈을 몸소 체험한 셈)  그렇기에 부모님의 입장에선 비디오 게임기가 결코 좋은 전자제품이 아니었었는데 최근의 ps2도 꽤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dvd 플레이어로 인정해주시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닌텐도코리아에서 wii를 정식발매하며 내놓은 5가지 슬로건 중 마지막 슬로건이 참 기억에 남았는데


“어머니에게 미움받지 않는다”


라는 것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비디오게임기가 가족 전체의 물건이 아닌 일부 가족(아이)의 전유물이었고 그로 인하여 가족간의 대화보다는 게임에 심취하여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어머니의 입장으로서 게임기의 위치는 “언제든 갖다버리고 싶은 가전제품 1순위”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닌텐도에서는 “미움받지 않는다”라는 목표를 내 걸은 것인데, 오늘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닌텐도의 저 마케팅 슬로건의 공포를 느꼈으니 tv뉴스의 해외토픽에서 유럽에서 팔리고 있는 wii fit가 방송되었는데 어머니께서 그걸 보시고


어머니 : 야, 저거 니하고 딱이네.  게임같으면서도 운동하고 있는 거 보니
나 : 어, 저거 일본에서 가장 먼저 나와서 일본에서 잘 팔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저 본체를 내 놓은지 얼마 안 되서 아직 소프트를 안 팔고 있을 뿐이지
어머니 : 우리나라에 안 나올 거 같으면 니 동생에게 연락해서 연말에 풀셋으로 사 달래라
나 : …..!?!?!?


그렇다.  어머니는 wii를 다이어트 머신으로 보고 계신 것이다.  스스로도 저 소프트가 있다면 플레이하실지는 몰라도 앉아서 게임만하는 모습에서 움직여가며 땀을 흘리며(?)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따지면 닌텐도는 꽤나 마케팅 방향을 잘 잡은 것 같은데?  부모에게서 “다이어트 머신”으로 인식될 정도로 광고와 뉴스의 해외토픽으로 정보를 흘리면 자연스럽게 “앉아서 죽어라 게임만 하게 만드는 게임기”에서 “움직여야만 게임을 할 수 있는 머신”으로 인식을 바꿀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 말을 들으니 슬그머니 고민이 된다.  어차피 정발판은 나왔고 wii fit가 올해 안으로 나온다는 말은 들리지만 실제로 나올지 나오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기에 연말까지 기다려보고 연말에도 소식이 없으면 그 때는 일판을 질러(…) wii fit과 더불어 테일즈 오브 심포니아2도 구입하여(퍽~) 빡세게 플레이해 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갈등되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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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i fit 해외토픽을 보신 어머니 말씀에 1개의 응답

  1. .cat 님의 말:

    닌코의 ‘어머니에게 미움 받지 않는다’는 어느정도 성공한거군요.(…..)

    • 砂沙美 님의 말:

      어떤 소프트로 어떻게 가족과 함께 즐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 합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선 “다이어트가 가능하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머신”이라면 인정하실지 몰라도 “몸을 움직이더라도 혼자 게임만 하는 머신”이면 좀 떨떠름한 표정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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