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부의 부정수급자 대책 뉴스에 대한 생각

딸의 친구를 죽인 남자에 관한 뉴스를 보며 든 생각 – 2017/10/12

 

정부보조금 수급관리에 관한 뉴스 – 연합뉴스

 

딸의 친구를 죽인 속칭 어금니아빠 사건으로 정부에서 3개월동안 뭘 했는지 몰라도 오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보파라치같은 정부시스템 및 민간신고에 대해 생각나서 내가 아는 한도에서의 현실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1, 환장하는 호적 및 가족관계 시스템
: 엄밀히 따지면 이건 법원 소관이다.  옛날엔 죄다 한자로 적혀 있었고 이걸 전산화 한 건 내 기억에 20년에 좀 안 되었을 거다.  호적 중 제적이 버젼이 두 세가지 있는데

   첫번째가 필사한 오직 한자로 되어있는 호적.  출력하면 당시 스캔했거나 복사한 종이의 상태나 제작자의 필체에 따라 판독이 천지차이가 난다.  이게 60~7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호적 베이스가 되는 듯 했다.  시작은 여기부터
   두번째가 첫번째의 제적을 기반으로 한 한자와 한글이 섞인 타자체 형식의 제적등본.  여긴 그나마 타자체가 되어 한자만 읽을 수 있으면 어느정도 판독이 된다
   세번째가 한글 제적등본.  보통 제적등본 떼 달라고 하면 이걸 떼 준다.  첫번째와 두번째의 자료를 베이스로 한다
   네번째가 현재의 가족관계.  2008년부터 시작했기에 그 전에 사망(사망했으면 아예 생년월일 등이 안 나온다)/이혼 등은 처리한 호적관서 담당자의 스타일에 따라 표시되고 안 되고가 차이난다
   자, 여기서 첫번째와 두번째 자료를 잘못 읽고 전산에 입력하면 멀쩡히 살아있는 부모자식이 사망자가 되어 가족관계증명서에 안 나타나고 엉뚱한 이름으로 주민등록에 등재되고 생판 남이 되는 등의 마법이 벌어진다.  그렇다고 이걸 행정관서에서 발견하다고 해서 쉽게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름 오타 난 것 말고는 대부분 대상자가 법원 가서 처리해야 한다고 한다
   기초수급자 신청이 들어오면 부양의무자 조사 때문에 가장 먼저 이걸 조사하게 되는데 이렇게 오타 및 꼬이는 집이 발생하면 담당자는 이걸 해독하는데 몇 시간을 잡아먹어야 한다
   

2, 심즈 게임이냐, 현실이냐?
: 게임은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을 그대로 현실화시키듯 심심치않게 심즈게임에서 벌어지는 일부다처 혹은 일처다부(?)로 인해 첩이나 애인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 법적 배우자의 자식으로 들어가 생부나 생모는 법적으로 자녀와 관계없다고 수급자가 되고 법적 배우자는 생계곤란을 겪어도 호적상 자식들로 인해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상황도 벌어지며 내 경험으로 남자가 재혼하기 위해 별거하던 아내를 호적상 사망처리시킨 건도 봤다(…아내는 이걸 모르고 살았음.  주민등록도 멀쩡히 살아있음…)
   사실 이런 경우는 친생자부존재소송/친생자존재소송이나 호적창설허가 등으로 호적을 정정할 수는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않게 드는데다 수급자가 되기 위해 이렇게 하는 사람은 봤어도 수급자가 되고 나서 스스로 호적정리를 하는 사람을 못 봤다.
   현실은 게임이나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메이션보다 더 판타지가 넘쳐난다(…)


3, 내 명의만 아니면 돼!  남에게 알리지 않으면 돼!
: 차, 영업장, 근로 등등.  여하간 수급자와 직계의 명의만 아니면 된다.  실제로 수급자가 운행, 운영, 근로하고 있으나 명의가 아니기에 전산에 잡히지 않는다.  이걸 옆에서 보는 사람은 배가 아파 죽으려 하지만 제대로 신고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 증거가 약하면 실제 사용자와 명의자가 달라 둘 다 잡아떼면 공무원도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벌어진다.  게다가 일당을 통장으로 받지 않고 현금으로 받아 집에다 쌓아 둬 버리면 이건 더 못 찾는다.  그래서 가끔 뉴스에 어렵게 사는 사람이 도둑을 맞았는데 그 도난품 안에 거액이 들어있더라, 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게다가 가족관계단절을 주장하면서도 뒷구멍으로는 지들끼리 알음알음으로 연락하고 상부상조하는 걸 알게 되어도 증거가 없어 처벌하기 어려운 케이스도 많은데 그렇다고 신청시작부터 가족관계단절에 대해 너무 압박을 하게 되면 정말로 가족관계단절이 된 신청자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 신청담당자가 이에 대한 완급을 조절하기 어렵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명의대여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쉽고 관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을 개선하면 그나마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히자만 속이려고 덤비는 놈은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하겠지


4, 불평과 욕은 나의 몫, 그러나 신고는 남의 몫
: 웃기는 건 속여서 수급자가 된 놈은 이걸 꿀팁인양 여기저기에 떠벌리며 자랑을 한다.  이걸 들은 주위 사람들은 처음에 부러워하면서 그에게서 꿀팁을 배우기 위해 근처를 맴돌거나 혹은 공공부조 수급자가 브로커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수급자가 되기 위해 도전했다 탈락했거나 행정관서가 자신에게 신경을 써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자신의 옆집 이야기인양 불평과 욕을 해 대기 시작한다.  욕을 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데 인간관계가 좋을 땐 서로가 호형호제를 하면서 추후 모종의 일로 인간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누가 신고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신고자는 보복당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 우리나라 특유의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인드가 한몫한다

뭐, 그렇다고 총리가 말한 보파라치가 생기면 그게 다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게 저짓을 하려면 장기간 인간관계를 형성하면서 증거를 모아야 하는 선결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가 보파라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부정수급자가 동네 유명인사(양아치 또는 알콜러 또는 터줏대감 등등)인 경우, 누가 미쳤다고 동네 전체를 적으로 돌려가며 저짓을 하겠냐고.  게다가 장기전과 보복에 익숙한 근성과 멘탈까지 보유해야 하는데

차라리 전산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만들고 공공부조법에 공무원의 수사권과 처벌권을 부여하고 수사팀을 따로 꾸려 굴리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은데?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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