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종교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늘 이글루스의 이오공감을 보니 어떤 분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상대방의 종교때문에 생긴 고민을 털어놓은 포스트가 메인에 올라와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그런데 댓글들을 죽 읽어보니 이건 뭐 대부분이 “하지 마세요”의 반응.  이렇게 종교로 인한 갈등이 흔한 문제였던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우리집안은 희한하게도 종교가 제각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하게 잘 지내오고 있는 걸 봐서일까


일단 우리집은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유언으로 인하여 무조건 불교를 믿어야 했다.  물론 믿어야 하는 대상은 어머니였고, 아버지는 원래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불교와 가깝게 지내셨다.  그런데 두분은 나나 동생에게 종교에 대해 일절 언급을 안 하신다.  그저 “니 알아서 해라, 믿던지 말던지”라는 방임주의형이시다
둘째숙부님네는 기본적으로는 종교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꽤나 불교에 가까워 보인다.  일단 숙부님은 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불교쪽에 관대한 편이고 숙모님은 별 반응이 없어 보인다.  이 집안도 방임주의형
세째숙부님네는 숙부님은 종교가 없으나 불교에 가까운 편이고, 숙모님이 초창기에는 교회인가 성당에 나가셨다가 지금은 그 활동을 많이 줄이신 듯 보인다.  이 집 역시 자식들에게 종교방임주의 집이다.
막내숙부님은 처음에는 종교가 성당쪽이었다 최근 무교(?)로 개종한 집이다.  숙모님이 꽤나 독실한 신자셨는데 숙부님은 성격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종교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셨고 숙모님도 우리를 만날 때마다 전도를 한다거나 종교에 대해 언급하신 적은 없었으나 가끔 집에 놀러가면 유달리 종교적인 물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슬슬 종교관련 물건을 치우기 시작하더니 이제 놀러가면 종교관련 물건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역시 이 집안도 자식들의 종교관에 대해서는 방임주의형이다


사실 1년에 몇 번, 그것도 며칠 만나는 게 전부여서인지 의식하고 억누르게 되면 종교관련 이야기는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식이든 부모든 모여서 떠들고 놀다보면  은언중에 안주거리로 종교이야기가 나오며 그걸 가지고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아픈 부분을 많이 찌르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서로가 기분나빠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걸 보면 오히려 우리가 별난 집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면 아예 사람들의 성격 자체가 종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감각이 없다보니 그렇게 넘어가는 것일수도 있고.
특히 내 경우는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이게 아니다”싶으면 상대방의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듣지 않고 대놓고 이죽거리며 강판으로 긁듯 상대방을 긁어버리는 타입이라 교회다니는 사람들과는 의식적으로 종교이야기는 하려 하지 않는데 웃고 즐기며 넘어가는 걸 보면 우리들도 어지간히 종교에 대해 관심이 없기는 없나보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며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해, 혹은 인간관계를 맺고자, 혹은 자신만의 특별한 이유로 종교를 믿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고 남과의 타협이 불가능할정도로 맹신하게 되는 건 문제가 아닐까?  적어도 결혼이라는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문제에서 더더욱 신중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한다.
글을 쓴 그 분에게는 많이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집처럼 종교방임주의형 집이 아니라면 두고두고 시끄러울 거 같으니 남들의 댓글들과 마찬가지로 재고하라, 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덧글로도 트랙백으로도


덤 : 특히 종교에 맹신하는 사람들과는 말이 안 통해서 그런지 대놓고 긁어버리는 건 예사고 상대방의 마음에 아주 대놓고 대못을 박아버리는지라 웬만하면 종교이야기는 안 하려 한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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