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

어제부로 17대 대선이 모두 끝나고 결과가 나왔다.  사실 2002년만 하더라도 밤 늦도록 두 후보의 접전이 치열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선거였는데 이번은 아주 김 새게 재미없는 선거가 되어 상당히 시시하다고 여기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내가 가장 바라지 않는 사람이 대권을 먹었으니 더더욱 기분이 불편하다
뭐, 어르신들이야 그를 뽑은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게, 옛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명박과 박근혜 콤비는 확실하게 좋은 조합이긴 하다.  그 조합이 과연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지만, 유권자에게 있어 지금의 현실보다 70년대로 회귀하는 한이 있어도 박정희 시대가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를 지지한 20대와 30대는?  아마도 현실이 지독하다보니 현재의 정권에 만족하지 못하여 보수정권에 기대를 걸었던 모양인데 과연 5년 후에도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mb는 자유경제시장을 심화시켜 무한경쟁의 피말리는 싸움이 더더욱 가속되었으면 되었지 배려나 상생같은 단어는 상큼하게 씹어먹어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야 좋겠지.  규제를 풀어주고 돈을 돌게 해 준다면야 자신들이 다 해 먹을만큼 해 먹고 도망가면 그만일테니까.  아, 비약이 너무 심한가?


이미 게임은 끝났으니 내가 툴툴거려봤자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 5년 내에 혹은 5년 후에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해 본다


– 박근혜계는 완전히 털려나갈 것이다.  박근혜가 이명박에게 있어 폭탄의 뇌관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인데 그녀측 진영에서 bbk나 도곡동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걸 파묻고 싶어하는 이씨 측에게 있어 함부로 제거할 수는 없지만 제거해야 할 대상 0순위이므로
– 현재보다 더더욱 심화된 무한경쟁.  살아남아 성공하는 사람들이야 춤을 추겠지만 기회조차 없이 말살당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만한 지옥이 없을지도 모른다.  돈이 돈을 부르는 세태야 여전하지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더욱 심화되어 국민통합따위는 저 멀리 내던져놓을 듯 하다
– 배려?  사회복지?  그거 먹는 건가요?(우걱우걱)  저렇게 무한경쟁을 하다보면 자연히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게 되어 남에 대한 배려는 점점 사라져간다.  경쟁을 하다보니 남을 짓밟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이 도태된다.  도태되기 싫으면 열심히 밟고 올라 가야 한다.  덤으로 국가의 국민에 대한 생색내기용인 사회복지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른다.  밑 빠진 물독같이 부어도 부어도 끝이 없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효율성이 없는 걸 지극히 싫어하는 대텽령당선자의 성격을 보건데 정부가 제대로 해 줄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 흠이 많으므로 자연히 뒷꼬리 잡힐 일이 태산이라 시시콜콜하게 주위에서 물고 늘어진다.  이씨 성격 상, “니 마음대로 하세요.  대신 각오는 하셈”하는 성격이라 일단 주위에서 갖가지 드러난 비리로 두들기는 덕에 제대로 국정운영이 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특검은 사람 모으는데 시간의 반을 소모할 것이며 자료 모으는데 나머지 반을 소모할 게 뻔히 보이므로 기소도 안 되고 넘어갈 게 뻔하다.  그러므로 대권을 장악하게 되면 즉각 파 묻어야 하는데 파묻기에 조금 그 건수가 많고 늦기도 늦었다.  증인들이야 번복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게 될 때까지 반대파가 그냥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들도 반격의 기회가 있어야 하니까
– 대선 전에 연설인가 회견에 나와 “제 재산 300억을 집 제외하고 다 성금으로 내겠습니다”라고 한 거 같은데 이건 뒤집어 말하면 “집 이외에도 감춰둔 거 많으니 그까이 재산 쯤 내어줘서 대권 먹으면 장땡”이라는 심리가 밑바닥에 깔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혹은 “일단은 내어주나 그 이후에 배로 받아낼 거다”라는 심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자, 일단 이게 진짜라고 가정하면 5년 뒤는?  개인의 상상에 맡기자
– 사람들은 말한다.  원래 부자였으니까 부를 아니까 좀 더 잘 벌어주겠지.  그러나 그건 완전한 오해일지도 모른다.  부패한 부자가 지도자가 되었다 나라를 말아먹은 경우는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태국과 이탈리아가 대표적인데 둘 다 부패한 부자가 나라의 지도자가 되었다 한쪽은 쿠테타로 쫓겨났고 한쪽은 -1%대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 세계에서 우리의 입지가 참 고약하게 바뀔 것이다.  상대하는 나라의 입장에서 각각 다르겠지만 드러나게 흠이 많은 지도자와 흠이 많더라도 그것을 드러나지 않게 잘 관리하여 지도자가 된 사람에 대한 해외언론이나 정부에서의 대응이 조금씩 다르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그 접근방법이나 조롱하는 방법이 다를 텐데 이걸로 명실공히 우리나라 국민성이 어떻다는 것이 잘 드러난 것이니 말이다.  아마 해외언론의 좋은 노리개감이 될 지도
– 5년 후, 과연 우리는 그를 잘 뽑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기대감이 너무 컸기에 그가 제대로 일을 못 하거나 하지 않았을 경우, 국민들은 그를 아주 갈아마시려 덤벼들 것이다.  그러나 갈아마시려 덤빌 즈음이면 그는 이미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해 도망갈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서울시를 보니 제대로 심시티 게임을 해 놨으므로 이제 그 스케일이 우리나라, 라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니 말이다.


미리부터 걱정이 앞서는 대한민국.  과연 이런 나라에서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점점 더 살고 싶지 않은 나라가 되는 듯한 이곳에서.
그러나 바라는 게 딱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공무원을 많이많이 잘라 심플한 정부를 만들 것”이라는 것.  오늘도 일 안 하려 드는 사무장과 구청 담당자 사이에서 왜 알바생들이 이렇게 고생해야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참 소박하지…)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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