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에 관한 평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집에는 선거공보물이 두 종류가 온다.  일반적인 책자형공보물과 나 보라고 나온 점자형공보물.  그러나 본인은 점자를 못 읽는다, 배운 적이 없어서.  그런 이유에서 지난번에 담당자에게 내 명단을 좀 빼 달라고 했더니만 이 아저씨 왈 “통계는 정확해야 한다”며 기어이 명단에 집어넣더니 점자형 공보물이 날아오더라.  그러나 이번의 그 담당자의 “통계”가 내가 투표하는데 있어 약간의 도움이 되는 듯 하여 공보물에 대한 평가를 좀 써 보고자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평가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일반 공보물은 총 7명의 분량이 왔고 점자 공보물은 5명의 분량이 왔었다


1, 정동영
– 일반 : 표지에서부터 여백의 미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처음엔 누구 건지 몰랐지만 밑의 큼직한 기호1을 보고 그의 공보물인 줄 알았는데 전반적인 글과 그림의 배치는 나쁘지 않았지만 글이 너무 딱딱하고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어 큰 글자로 인쇄되어 노약자나 저시력자들이 읽기에도 부담은 적었지만 읽고 이해하는 데에는 가독성이 떨어져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었다.
– 점자 : 스테플링이 된 낱장 3장의 점자물이 전부였다.  점자를 읽지는 못해도 촉감으로 얼마나 괜찮게 찍혔는가는 판단할 수 있으므로 평가하는 것이지만 프린터를 구식 프린터로 썼거나 혹은 직접 찍은 티가 났다.  종이가 두터워 꾹꾹 눌러도 튀어나온 점자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티가 남기 때문에 읽는데는 크게 지장이 없어보이는 듯 핬으나 하려면 책자형이나 단일형(한 장으로 만들어 접는 형)을 만들었으면 종이를 넘기며 스테플러에 손이 찍힐 일은 없었을텐데 그 점이 좀 아쉽기는 하더라


2, 이명박
– 일반 : 전반적으로 돈을 들인 티가 팍팍 나는 무난한 디자인과 무난한 가독성.  게다가 앞에는 떡하니 후보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어 쉽게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지와 글의 약간 중구난방적인 배치, 원색의 많은 사용으로 인하여 노약자나 저시력자들에게 있어 눈에 부담이 되더라.  그 외에는 딱히 트집잡을 만한 곳이 없는 무난한 편.  재미있었던 것은 공보물이 도착한 이후, 전과기록 수정으로 스티커를 다시 붙이느라 애들이 작업한다고 애를 많이 썼던 모양이었는데 이런 귀찮은 일까지 시키다니 할 때 미리 좀 하지 그랬냐, 선관위.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 점자 : 좀 많이 까여야 할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점자를 찍기 위해서라면 일반종이보다 배로 두꺼운 종이에 점자를 찍어야 하는 게 정석이다.  그렇지 않으면 읽거나 배송중인 도중에 짓눌려 점자가 사라지기 때문인데 이건 뭐 만들기 귀찮았는지 일반적인 용지(일단 저시력자들 보고 읽으라고 한 건지는 몰라도 흑백의 단장짜리더라만, 저시력자들이 색맹은 아니거든?  저시력자들이 죄다 색맹으로 보였더냐, 한나라당?)에 점자를 찍어 보냈었다.  장난하냐, 한나라당?  게다가 다른 정책 다 냅두고 전반적인 공략만 달랑 실어놓은 이유는 뭔데?  이건 정보차별이잖아, 임마들아.  적어도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때는 이번의 정동영같이 두터운 종이에 몇 장 점자 찍어 보내줬었다.  뭐한다고 이런 공보물이 허접해지도록 돈이 떨어졌더냐?  다른 후보들은 돈이 남아돌아서 두터운 종이에 자신의 정책을 꽉꽉 실어가며 만들겠냐?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장애인의 표가 아쉽지 않다는 듯한 티가 역력히 드러나더라


3, 권영길
– 일반 : 공보물 수납 작업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공보물이었다.  좋은 재질, 집기 좋은 형태.  괜찮은 색감으로 눈에 확 띄는 디자인.  그러나 단점이 있었으니 코팅이 되지 않았기에 작업하면서 잉크가 묻어 가장 손이 시커멓게 된 원흉이 되기도 했었다.   전체적으로 후보의 이미지가 크게 걸려있어 누구인지를 쉽게 알 수 있었으나 배경이 굉장히 진했기에 일부 페이지의 글을 읽는데 지장이 좀 많았다.  게다가 표현하려는 글보다 이미지의 비중이 더 컸는지 눈에 들어오는 것도 글이 아니라 이미지가 먼저일 정도였으니까.  그 이외엔 별달리 집을 말이 없을 정도로 무난한 공보물
– 점자 : 8페이지분량의 책자형이었는데 신형프린터인지 혹은 스티커인지 알 수는 없으나 무난한 감촉을 보여주는 책자였다.  눌러도 쉽게 눌려지지 않아 책이 훼손되는 확률도 적었고.  유감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내가 점자를 읽을 수 없어 안에 어떠한 내용이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것 정도?  나름대로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공보물


5, 심대평
: 이 사람은 일반형 공보물밖에 오지 않았는데 작업할 때 기호7번과 함께 단장짜리여서 집기 힘들어 고생한 케이스였다.  자주색의 톤과 함께 후보의 얼굴이 큼직하게 걸려 있어 누군지 확인은 쉽게 되었지만 정책적인 면이나 공약이 지면이 적어 약간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이회창과의 통합으로 가라앉은 상태


6, 문국현
– 일반 : 권영길과 함께 어두운 배경이어서인지 쉽게 후보를 구분할 수 있는 큼직한 겉표지.  정책으로 들어찬 책자.  후보의 이미지보다 정책을 더 중요시하는 듯한 공보물이었는데 그 양도 만만치 았던 책자였다.  작업할 때는 아무래도 종이가 미끄럽다보니 자주 두 장씩 집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인지도가 낮다보니 자신의 이미지보다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겠다는 것을 중심으로 책자를 채운 건 좋았지만 그 양이 너무 많았다는 게 흠이었는데 읽는 사람이, 특히 저시력자들이나 노인이 보기에는 좀 지치는 듯한 양이었다
– 점자 : 이걸 보고 좀 놀랐는데 기호2번과는 천지차이로 다른 양의 공보물이었던 것.  일반공보물도 약 16페이지의 양이었는데 점자형도 같은 양인 16페이지였었다.  역시 신형프린터 혹은 스티커였는지 꾹꾹 눌러도 쉽게 펴지지 않는 구조였으나 종이 재질에서 미스를 범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신경을 써 준 건 좋았으나 종이 재질 자체가 미끄러운 재질이라 감촉을 느끼다 미끄러지는데다 종이 재질로 인하여 오히려 감촉에 방해를 받아 점자가 잘 두드러지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읽지 못하니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수 없겠으나 아마 일반 공보물과 같은 양의 정책이나 글을 실어놨을 것이라 예상된다


7, 정근모
: 기호 5번과 같이 단장짜리 일반 공보물이다.  작업할 때는 인물이 확 드러나는 구조라 보기엔 좋았으나 집기에 어려움이 많아 고생했던 공보물.  그러나 지면이 적어서인지 심대평보다 더 부실해보이는 듯한 공약과 자신의 어필력이 부족해보이는 공보물이었다


12, 이회장
– 일반 : 기호1번과 같이 “누구 거냐?”라는 이미지를 풍기게 만든 공보물.  뒷페이지를 보지 않았으면 누구 건지도 몰랐었다.  기호1번과 같이 여백의 미를 살리려 애썼는지 몰라도 밑부분에 기호12번이 보이지 않았으면 붇혔을 것 같은 공보물.  작업할 때는 가장 마지막에 있어서 “이것만 넣으면 끝이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었다.  전반적인 공보물의 이미지는 이전 한나라당 시절을 털어버리려는 듯 푸른색의 톤과 이미지로 정책과 현실을 홍보하는 편이었는데 역시 기호2번과 비슷하게 돈을 많이 들이면서 심플하게 하려 했던 티가 난다.  …그런데 이 어르신은 늙지도 않나…그 새 성형수술이라도 한 건가…5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보이네-_-;;  농담으로라도 공보물 수납 작업하던 애들이나 직원들의 공통 관심사가 “이회창의 젊음의 비결”이 될 정도까지였으니까
– 점자 : 4페이지의 단장짜리 공보물.  신형프린터 혹은 스티커였는지 눌러도 잘 눌려지지 않는 재질로 점자가 찍혀 있어 감촉에는 별 이상이 없었었다.  그러나 역시 아쉬운 게 있다면 돈이 딸렸는지 혹은 신경을 안 쓰겠다는 건지 4페이지짜리 단장이었다는 것.   내용은 읽을 수가 없으니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겠으나 읽는데 부담없는 재질인 것으로도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죽 훑다보니 일반 공보물에 대해 점수를 주긴 어려우나 점자형 공보물로 점수를 주라면
문국현 > 권영길 > 이회창 > 정동영 > 이명박
순으로 주고 싶어진다.  그만큼 의사소통이 힘들고 정보격차가 심해질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어째서인지 돈 많은 대형정당보다 군소정당이나 군소후보들이 더 꼼꼼하게 자료를 보내는 걸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한 표라도 아쉬운 표현이라고 보여지겠으나 뒤집어 생각한다면 대형정당들은 정보에 대해 취약한 장애인들에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19일에 어떤 후보를 찍을 지 대충 감을 잡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결정을 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살펴봐야할 듯 하다.

砂沙美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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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보물에 관한 평가에 1개의 응답

  1. 정성윤 님의 말:

    공짜블로그 머가 쓰기 좋남? 용량, 트래픽 신경 안쓰고…. 검색해보고 티스토리 함 만들어 볼라니깽 초청장 어쩌구 필요하드만… gmail로 초청장 함 보내주3. 티스토리말고 더 괘안은거 있으면 추천해주등가….. 티스토리 최신글에도 일단 댓글 남기긴 했다만…. 암튼 잘부탁!!

  2. lakie44 님의 말:

    왠지 이글루스였다면 공감으로 보내드리고 싶은 정보로군요. 사실 점자나 장애인관련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접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2번씨는 역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듯. -_-;;;

    • 砂沙美 님의 말:

      이 글은 일부러 실시간 올블로그에 띄우기 위해서 이글루스에도 공개를 해 둔 상태입니다. 사실 이런 걸로 후보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도 좀 웃기는 일입니다만 몸이 불편하다거나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 이런 것도 하나의 척도가 되니까요. 기호2번의 경우는 A4지보다는 좀 두껍긴 하지만 그래도 점자가 찍혀도 눌리면 티가 남지 않을 두께라 마이너스 점수를 준 것이었습니다. 저건 배려가 없는 거라고 봐야죠

  3. lakie44 님의 말:

    그러면 루나님 이글루스에 가서 추천을..^^;

  4. 이형진 님의 말:

    (공감에서 들어왔습니다.) 헤에, 저런 공보물도 있었군요. 그런데 저시력자용 공보물은 국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한테만 날라 오는 겁니까?

  5. 똥그리 님의 말:

    멋지네요. 와 이런것까지 이렇게 분석하시다니. ^^
    그나저나 이렇게 작은거 하나까지 챙기는 문국현 후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6. Vann 님의 말:

    음. 확실히 점자 공보물도 일반과 똑같은 내용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배가 부른가 보네요 MB는……

  7. 자연풍선생 님의 말:

    당연한걸 당연히 하는게 특별하게 보인다는게 참…ㅡㅜ

  8. 砂沙美 님의 말:

    lakie44 // 룬님의 추천으로 제 이글루의 히트수가 4자리를 기록해버렸군요, 감사합니다(굽신~)

    이형진 // 안녕하십니까. 답을 해 드린다면 이런 절차로 저런 공보물이 오게 되는 겁니다
    1, 선관위에서 동사무소로 시각장애 1~4급까지의 장애인들을 추려 명단(이름, 주민번호, 주소, 세대주명)을 올려달라고 공문이 옵니다
    2, 그걸 본 장애인 담당자는 프로그램을 검색하여(최근 프로그램이 바뀌어서 검색하는데 환장한댑니다) 조건에 맞는 장애인을 찾아 선관위로 보내주죠
    3, 그걸 본 선관위는 공보물 배송작업을 하여 개인의 주소로 공보물이 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조건에 맞는다 하더라도 담당자가 얼마나 꼼꼼하게 자료를 맞춰 주느냐에 따라 저게 오느냐 안 오느냐가 갈리는 거죠

    똥그리 // 안녕하십니까. 분석이라기보다는 문득 일반공보물과 점자공보물을 비교해보고 싶어 쓴 글이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이 날고 긴다 하더라도 적어도 제겐 이런 게 대선후보를 점찍는 잣대가 되기도 하니까요. 문씨 아저씨가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당연한 것을 실천에 옮기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Vann // 어서 오십시오. 사실 장애인계에서도 저 점자공보물이 좋은 평가는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규격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전맹자들이 읽기에 상당히 힘들다는 거지요. 저야 현재 점자를 못 읽으니 감촉과 분량만으로 따지지만 실제로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저런 식이라면 참 씁쓸하지요. 대형정당들이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더라는 생각을 이번에 들어 크게 느꼈습니다

    자연풍선생 // 안녕하십니까. 당연한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은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니 어찌보면 이것이 더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서로가 배려하고 살아갈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지만 요즘들어 너무 경쟁, 이기주의에 의해서인지 그런 따뜻함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씁쓸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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