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행정도우미에 대한 기사를 보고

어느 장애인행정도우미의 안타까운 바람 – by 에이블뉴스


저 기사의 요지를 보면 “행정도우미라는 한시적인 직장에서 벗어나 정규적인 일자리로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기존 인력에게 우선권이라도 있었으면 한다”라는 듯 하다.  그런데 이거 읽고 있다보니 슬그머니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데….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일단 몸을 컨트롤하는데 있어 크게 무리가 없기에 어쩌면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보다 하루종일 있어도 덜 지치는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행정도우미 일은 정말로 할 일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동사무소 자체에서 할 일이 없는데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앉혀만 놓고 담당자들 자신의 일만 하다 손이 모자라겠다 싶으면 도와달라곤 하지만 그것도 대부분 공익들이 나눠하므로 이쪽까지 차례가 잘 오지 않는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장애인등록신청보조/재발급신청보조/자동차표지판제작/수기등록/민원입력, 이정도인데다 이것도 담당자 pc에서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구성되어있다(사실 담당자가 자신의 id와 비밀번호를 깡그리 잊어버려 인증서로만 접속하게 만들어 버렸기때문).  그렇다고 책임이 주어지는 일은 죽어도 못 한다.  깨지는 게 행정도우미가 아닌 담당자이므로 깡이 있는 담당자는 실수하면서 같이 넘어가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겁이 무진장 많은 담당자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동사무소 자체가 상당히 작은 조직(많아봐야 10~15명)이므로 꽤나 유대관계가 깊은데다 요즘의 직업적인 호황 분위기로 상당히 자신들은 엘리트라는 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도저히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다.  조직의 세대차이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이대가 높은 구청에서는 “자기일 열심히 하면 어느 새 조직에 묻어가는 타입”인 반면 이동네는 “들어와 봤자 니들은 우리와 근본부터 다르다”라는 인식을 팍팍 심어주므로 접근이 어려운데다 가끔 어이가 없을 때도 있다.  아마도 이건 동네 분위기따라 다르겠지만


덕분에 할 일이 없다보니 주위에 있는 책들부터 닥치는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본 것이 2007 장애인 복지사업안내와 2007활동보조사업안내 메뉴얼이었다.  복지사업안내는 실제로 일을 하기 위해 필요로 읽었으며 바우쳐사업은 일도 일이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메뉴얼에 따르면


– 2007년 12월까지 한시적인 사업으로 잡고 반응이 좋으면 2010년까지 시행할 수도 있음
– 한시적인 체험형 일자리이므로 절대로 정규직이나 계약직이 될 수 없으므로 그 점을 안내할 것
– 일당제가 아닌 주어진 사업비로 임금이 지불됨(주차, 월차보수가 따로 없음)


대충 저렇다.  그런데 사실 이게 보고가 올라간 게 2006년이었는데 시행되는데 근 1년동안의 준비가 필요했고 실제 사업은 6개월정도이며 “한시적”이라는 점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모르긴해도 안내를 해 줬던 담당자들은 그 점을 주지시켰을 텐데 저렇게 “정규직해 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해봤자 의미가 없는 셈이 되는 것이다
또한 정말로 정부가 맛이 가서 정규직을 해 준다 해 봤자 일용직에 가까운 일인데다 별달리 할 일도 없는 잉여인력을 장기간 놔 둘 이유가 없으므로 뒤집어 자리를 없애버릴 확률이 높으며 정규직이 되어 공무원과 비슷한 임금을 받게 되면 현재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발이 엄청나게 될 게 뻔한데 정부가 지독하게 맛이 가지 않는 이상 절대로 저런 일을 해 줄 리가 없다.


그리고 현재의 정부가 이런 사업을 한다 한들 다음 정부가 현재의 정부의 뒤를 이어 사업을 해 준다는 보장이 아예 없으므로 잘해봤자 내년 상반기까지 이 사업이 행해지다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들더라.  요즘의 대세인 사람을 보니 조직운용능력이 탁월하여 “필요없으면 알아서 말려죽도록 내버려두는 타입”으로 보이기 때문인데다 현재 무슨 짓을 하더라도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복지쪽은 요주의 대상이므로 언제 칼날이 겨누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다음 해에 우선권을 논하는 것도 좀 애매한 것이 요즘 공공사업에 있어 트랜드는 “형평성”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는 지난 사업에 일했던 사람을 선호(숙달이 되어있으니 따로 가르칠 필요도 없고 아는 사이이다보니 조직의 분위기도 덜 어수선하게 만들테니)하지만 저 “형평성”여론이 높아지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알짤없이 형평성에 맞추어 눈치작전을 감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인데 형평성을 기초로 밀고 나가면 점수가 상당히 엇비슷한 상황이라면 기존에 일했던 사람이 유리하지만 반대로 점수가 엄청나게 벌어지면 기존에 일했던 사람이고 뭐고 그런 게 필요없게 되는 게 그 이유이다


나 개인적으로는 이 사업에 미련도 없고 안타까울 이유도 없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하는 말보다 내려오는 공문이나 메뉴얼 같은 “문서”를 더 중요시하게 될 정도로 2년간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있어보면서 그들의 일처리나 일의 흐름이 어떤 건지 감이 잡힐 정도는 되었고 바란다고 투쟁해봤자 다치는 건 자신 뿐이며 기회를 잡으려면 무진장 열받고 아니꼬와도 겉으로는 헤실헤실 웃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뼈져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비록 공무원 내에서도 장애인이 많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경증이고(내가 구청과 동사무소를 통털어 본 중증장애를 가진 직원을 딱 3~4명 봤다) 아직까지 이 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한참 멀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런 사업을 시행하는 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겠지만 집행하는 사람이나 지도하는 사람이나 마인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니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이 글은 카테고리: 일상잡담에 포함되어 있으며 태그: , (이)가 사용되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