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과연 무엇을 위한 공간일까?

작년 겨울, 즉 1월~3월 사이에 도서관에서 공공근로를 했다.  물론 일반적인 책의 대여/반납/정리가 아닌 책의 수리(수서)건으로 짧게나마 도서관 생활을 했더랬다.  그 사이에 배운 건 책을 어떻게 하면 수리할 수 있는가(글루건과 스테플러의 승리!), 애들이 징하게 여겨졌으며(책의 수서율이 가장 높은 게 아동도서), 열람실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각종 시험에 목숨 건 사람들, 중고생들은 시끄럽고, 생각보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책을 덜 빌려본다는 것 등등  어째서인지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배운 듯한 느낌이 드네


아마 이번달부터였던 거 같은데 수영구 도서관은 연장개관을 하게 되었다.  평일은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주말은 종전대로 운영하는 것으로.  일 할 때부터 “연장운영하면 어쩌냐”는 식으로 직원들의 불안감이 만연해 있었던데다 이용자들 특히 열람실 이용자들의 건의가 쇄도하고 있었기에 이번에 그 소식을 들었을 때엔 “드디어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심심해서 도서관 건의게시판에 가 봤더니….


이젠 아주 월요일 휴관도 폐지하라는 게시물이 떡하니 올라 와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일반실이나 문학실이나 어린이실 이용자가 월요일 휴관 폐지를 논한 게 아닌 열람실 이용자가 그런 게시물을 써 놓은 거다.  이걸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


도서관이 무슨 공짜 독서실이냐!?


뭐, 이런 건의만 있는 게 아니더라.  추워 죽겠으니 히터 좀 더 빵빵하게 틀어달라, 더워 죽겠으니 에어컨 좀 더 빵빵하게 틀어달라, 벌레가 많으니 방역 좀 해 달라, 창문 좀 열어달라, 성인열람실을 따로 만들어 달라(이유가 참 대단한 게 중고생들의 시험은 한순간이지만 지들은 인생을 건 시험이랜다.  애들이 시끄러운 거야 나도 인정하지만 걔들은 뭐 시험칠 때마다 인생 안 거나?  다 자기 내신으로 들어가는 건데…;;;), 사물함을 더 늘려달라, 화장실 휴지 걸어달라(이거 아침에는 휴지가 걸려있는 걸 보지만 낮에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등등.  차라리 “도서관을 공짜 독서실로 만들어주세요”라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어쩌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도서관의 이미자가 요즘 사람들과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은 무료로 보고 싶은 책을 볼 수 있고 그 책을 보면서 또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으며 지식도 쌓을 수 있는 그런 문화공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요즘 도서관은 그게 아닌가 보다


도서관은 과연 책이 중심이 된 공간일까, 공부가 중심이 된 공간일까?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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