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고 싶으면 강해져라

SBS 출동SOS24 9/5방송

여느 날처럼 하루를 정리하며 tv를 듣던 준, sbs로 채널을 돌리게 되어 위의 링크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아마 이전에도 노예생활을 하던 어르신이나 학대받는 아이들을 중점적으로 취재하여 여러 곳에서 좋은 반응 및 뉴스에 실리는 등의 일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방송을 볼 일이 거의 없어 무덤덤히 지내고 있었더랬다.

앞부분의 폐지를 주으며 조부모에게 학대받는 아이의 이야기는 다 보지 못하고 넘어가버린 상태에서 후반부의 정신지체 모자가정의 현실을 비추며 취재하는 걸 보니 해당방송 게시판에 올라오는 ‘분노한다, 담당자를 짤라야 한다,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는 등의 분노섞인 감정보다는 ‘뭐, 저런 게 하루이틀 일이냐’라는 스스로의 자조섞인 씁쓸함만이 배어나오는 걸 보면 나도 어지간히 성격이 꼬여도 한참 꼬였다, 라는 걸 느낄 뿐 가슴이 아프다거나 돕고 싶다거나 눈물이 난다는 등의 감정이 없는 걸 보면 메마르기는 한참 메마른 모양이다.

사람은 동물과 달라서 이성과 온정이 있어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존재라고 믿었던 때가 언제까지였을까.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런 믿음은 어린 시절부터 갖다 버린 지 오래였던 것 같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온정에 따라 행동한다지만 과연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 걸까. 사람이란 게 자신에게 불리하면 확대해석을 하고, 이익이 되면 축소해석을 하는 성향이 있는지라 남에게 도움을 받아도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인양 당당하게 굴다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되면 펄펄 뛰는 사람이나 너무나 많은 불이익을 받고 살고 있으면서도 정보부족으로, 능력부족으로 혹은 성격 상 말도 못 하고 눌러 담으며 사는 사람도 있는데…

오래 전, 한 때 재미있게 읽었던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작품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 초반부의 설정에 실린 제국 골덴바움 왕조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열성인자라 하여 모두 배제해버리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었다. 우수한 인자들만 사회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으며 열성 인자들은 미리 배제하여 더 우수한 인자들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회에서의 문제가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었기에 결국 한쪽 주인공인 라인하르트에 의해 제국이 박살(누이가 황제의 후궁으로 팔려갔다는 게 제국 전복의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을지도…)나고 주인공은 황제가 되기는 했지만.
극소수가 약간 카메라빨을 받았다 할지라도 현재 사회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세상은 약육강식.
남을 짓밟지 않으면 내가 짓밟힌다.
능력만 된다면 적절하게 탈법해가며 능력을 키우고 부를 쌓아라.
억울하면 공부해서 출세하라.

왜 어른들이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지 어린 시절에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이를 먹고 보니 이해가 된다, 그것도 아주 씁쓸한 기억과 체험으로

덤 : 인터넷이 참 무섭다고 느끼는 게 저 방송이 나간 지 2시간이 채 되지 않아 당사자들이 사는 동네가 나오고, 동사무소가 나오며, 얼굴이 드러난 사회복지사의 싸이 주소까지 나온다. 네티즌들의 능력이 참 대단하긴 대단하구만. 그런다고 해 봤자 범죄(?)를 저지른 저 마을 주민들은 사법처리는 받지 않을 것 같고, 사회복지사는 시말서 한 장 쓰고 끝날 것 같지만.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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