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창성의 아쿠에리온 천시편, 간단한 감상

이제는 세간에서 거의 잊혀진 작품 창성의 아쿠에리온.  지난번 교보에서 “품절”이라는 쇼크를 입어 잠시 제껴두었으니 yes24에서 “당근 구할 수 있음”의 소식을 듣고 주문을 밀어넣었으나 결과는 당당히 함께 주문한 채운국 이야기 속에 들어있었다.  문제는 책값이 다른 것들에 비해 제법 비싼 편에 속했는데 두께는 보통 후지미 판타지아문고보다 조금 얇았던가?

여하간 이 소설의 요점은 “인간이고 천시고 함께 공존하여 잘 살아보세~”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요점은 “콩깍지에 씌인 남자는 무섭다”이다.  그리고 상/하로 나뉘어진 것도 아니고 이 천시편이 1~26화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흐름은 상당히 달랐지만.

그런 이유로 간단한 감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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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의 좋은 점은 그림이나 움직이는 영상이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게 작가의 글로 쓴 표현밖에 없어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거 제법 하드하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tv판은 어디까지나 미.화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화에 그 꽃밭같은 관에 옷 좀 갖춰입고(그래도 라인은 죄다 드러나겠지만) 누워있던 토우마의 소설의 표현은 인간을 이용한 영구수면기관이라는 기계에 홀랃 다 벗은 나신으로 양수에 둥둥 떠 있었다는 것이나 인간이 자아를 잃고 신전의 청소부 노릇을 한다거나 렌지의 마리오네트가 되어있다거나 모로하의 스트레스 발산 상대가 된다거나 등등 제법 하드한 표현들이 산재하고 있는 걸 보니 아마 이런 표현들을 모두 tv에 내보내면 아무리 심야라도 양심에는 좀 찔릴지도.  그리고 토우마는 미.역.머.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탕~)

2, 광고처럼 1만2천년전의 전설이 살아나오는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천시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소설 1권에서 콧배기도 보이지 않던 후타바도 나오고, 렌지의 농담(?)에 발끈하는 모로하나 미로하라는 설정에는 있었어도 tv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캐릭터도 등장하는데 일러스트조차 없는 걸 보면 어지간히 존재감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결국 1만2천년전에 대체 무엇때문에 아폴로니어스가 세리안에게 훌렁 넘어가 아틀란디아를 등지고 토우마를 등졌는지에 대해서는 안 나왔다는 말.  다른 편이라도 써 줄거요, 카와모리씨?

3, 13화인가 14화쯤에 바론을 데리고 토우마가 찾아오는 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때 약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쿠에리온에 타고 있다가 토우마의 도발에 열받은 아폴로가 쫓아가는 건 그대로지만 실비아와 시리우스는 디바 내에 있다 토우마를 쫓아오게 되고 tv와 비슷한 진행을 타다 시리우스가 디바의 복구공사중에 주은 돌로 인하여 후타바와 시리우스가 접촉하게 된다.  시리우스가 주은 돌이 토우마가 떨어뜨리고 간 천시전용 통신수단(…)이었던 것.  그러고보니 토우마의 방을 묘사하며 보석들이 늘어선 선반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는데 이 청년, 낙원붕괴가 일어나 영구수면에 들기 전까지 비망록이라도 쓰고 있었던 모양.  tv에 잠시 나왔던 그의 방 한 켠 벽에 죽 늘어서 있는 보석들은 모두 책이나 러브레터였음.  그러니 그 호박이 금 갔을 때 뜨끔한 것이었군.  자신의 러브레터를 받아야 할 상대방이 아닌 남이 열어보는 거니까.

4, 후타바는 토우마에 의해 사지에 밀어넣어지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리다고 이것저것 퇴짜만 맞다가 토우마에게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며 부탁을 받았으니 좋다고 날뛸 수 밖에.  소설 1권 후반부에 보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디바의 사람들의 넋을 빼앗은 신화수가 있었는데 이게 어째 좀 이상하다.  본편에서는 아폴로의 무한펀치로 박살을 냈던 것 같은데 천시편에서는 질투변성검으로 박살이 난다.  덤으로 이 신화수는 후타바와 일체화가 되어 있었으므로 필살기로 인해 후타바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기는 했는데 원래는 중상정도로 살아있었던 걸 디바의 상층부가 낼름 낚아채서 실험에 쓴 모양.  여기서 시리우스의 고뇌가 시작된다.

5, 천시들 사이에서도 서로간의 알력이 있는지 이미 두각을 나타내며 이것저것 계획을 발언하던 토우마를 견제하기 위해 모로하가 갈등을 하고, 그런 모로하를 충동질하려 이용하는 미로하나, 토우마와 협력관계이면서 요하네스에게 거짓을 말하는 시로하(?), 공방주인 렌지 등, 서로가 자신의 이상과 욕망을 위해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종족은 감정과 쾌락에 솔직한 편이라 감정들을 숨기듯 숨기지 않는 면을 보인다.  그리고 날개의 파동만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니, 무슨 곤충세계냐…-_-;;

6, 후타바의 죽음으로 인하여 갈등을 하는 시리우스 앞에 토우마가 훌쩍 나타난다.  어이, 아무리 디바의 프로텍트가 세서 들어오기 귀찮고 어렵다 해도 이렇게 펄럭펄럭 돌아다닐 거면 냉큼 아폴로나 납치해서 어디론가 가라고.  그러면서 시리우스를 디바의 지하인 샹그리라로 데려가 이전에 미로하가 오토하를 통해 전한 정보를 그대로 시리우스에게 알려준다.  디바는 이곳을 손에 넣기 위해 아리시아 왕가를 멸망시켰으며 그런 곳에 계속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낙원으로 올 것인지 선택하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낚시의 천재 토우마.  그의 낚시로 여러 사람 잘 낚인다는 걸 느낀다.

7, 결국 벡터 마즈를 가지고 아틀란디아로 냉큼 날아간 시리우스는 후타바의 빈 자리를 채우게 되고 실비아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디바로 돌아간다.  그런데 토우마의 진의는 따로 있었으니…  후반부를 보며 연신 “억”소리나는 게 일단 tv와는 다르게 시리우스를 미끼로 실비아와 아폴로만 데리고 토우마가 냉큼 아틀란디아로 불러들인 것이나 초반에 잠깐 언급되지만 아쿠에리온이 쓰러지면 토우마 역시 생명을 잃게 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싱크로라도 되어있냐, 서로?

8, 오토하.  토우마의 표면적인 현재 연인이면서 그에 대해 약간은 의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듯 하지만 결국 자신이 보답받지 못해도 끝까지 따라가기로 결심하지만, 신화수를 가지고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을 미로하에게 들켜 토우마의 감시원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모로하.  아저씨, 의외로 마지막에 멋졌소.  그렇게 급소만 피해서 미로하의 눈을 오토하에게서 제거해주다니.  역시 짝사랑은 슬픈 법이다

9, 토우마의 진의.  그것은 동족이 멸망하든 말았든 관계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기 위해 모든 일을 꾸몄던 것이다.  이유가 단순해서 좋기는 한데 이것을 위해 희생당한 후타바나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아웅다웅하고 있다 생명의 나무의 제물이 된 미로하나 모로하의 생명으로 아폴로니어스의 혼의 완전각성이 시작된다.  아폴로의 피 속에 잠재되어있던 아폴로니어스가 깨어나고 실비아와 시리우스의 한쪽 팔에 있던 날개가 융합됨으로서 아폴로니어스의 혼의 부활은 이루어졌던 것.  무섭소, 토우마씨.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만나 그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1만2천년동안 잠자면서 그런 계획을 세웠던 거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 동족마저 흔쾌히 함정으로 몰아넣는 그 냉정함.  끈질기면서도 무서운 사랑이군

10, 자, 여기서 토우마의 비극이 시작되는데 혼의 각성이 끝난 아폴로니어스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였으나 아폴로니어스가 잡은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이었으니 그것은 세리안.  지난 낙원붕괴사건 때 세리안과 아폴로니어스는 죽게 되는데 아폴로니어스의 경우는 세대를 거치면서 혼이 흩어져 여러 사람(아폴로, 실비아, 시리우스)에게 그 혼이 깃들게 되었지만, 세리안의 경우는 빈사 직전의 어떤 자의 몸에 깃들어 1만2천년 동안을 잠자게 된 것이었다.  그 빈사 직전 몸의 주인이 토우마.  결국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고 싶다”라는 일념 하에 모든 계획을 꾸몄지만 실컷 그 계획을 성공시켜 소원을 이루려한 결과물을 남에게 두 눈 뻔히 뜨고 넘겨주게 된 셈.  이런 걸 속담으로 뭐라고 하더라?

11, 절규하며 자신의 몸 속에서 나온 세리안의 혼을 끊기 위해 스스로 가슴을 찔러 죽으려 하는 토우마 앞에 아폴로가 나타나 이제 그만하라며 천시든 인간이든 다 똑같은 사람이고, 더이상 남이 죽는 걸 보고싶지 않다며 프라나를 원하면 조금씩 나눠주며 살고, 서로 이해하며 살아가자고 한다.  배고파서 괴로운 건 다 똑같다고.  이야, 역시나 주인공.  의외로 단순명쾌한 답을 가지고 적을 설득하는군.  하지만 어째 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혼자뿐인가?

12, 토우마, 아폴로와 실비아와 시리우스, 아폴로니어스의 혼과 세리안의 혼이 융합하여 새로운 창성을 시작한다.  그동안 서로의 욕망을 위해 아웅다웅하던 천시들과 인간들에게도 새로운 창성을 시작을 맞이하게 된 셈.  마지막에 잠깐 나온 것은 아마 창성을 한 이후의 토우마인 듯 한데 과연 그는 죽은걸까, 아니면 다른 차원으로 간 걸까?  그것은 아마 창성을 함께 한 모든 이들이 같은 결과를 맞이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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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다 읽은 것이지만 생각보다 약간 부족한 면을 느꼈다.  1만2천년전에 대체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애매한 상황이었고 조금 무리하게 압축하려는 듯한 분위기로 이야기가 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러나 본편보다 더 진행되어 결과물이 보이고, 거의 다루지 않았다시피했던 천시들의 시점에서 하는 이야기나 표현, 설정들에 대해서는 꽤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역시 다른 작품보다 놀라움의 강도가 좀 심하긴 하다는 걸 제외하고는.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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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창성의 아쿠에리온 천시편, 간단한 감상에 1개의 응답

  1. 장변푸우 님의 말:

    우홍.. 이런종류는 재미있지요..

    • 砂沙美 님의 말:

      하지만 닭살에 치를 떨며 봐야 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일본이나 한국이다 표현에 대해서는 무궁무진하니까요, 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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