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LPG 할인혜택 중지 작업

한동안 할 일이 없어 사무실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한 민원인이 찾아왔었다.
자신의 형과 어머니(장애인)가 공동명의로 차를 샀는데 세대분리를 하니 세금혜택이 하나도 없어졌다며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며 말이다.  당연하게도 “명의변경은 차량등록사업소로 가서 하고, 세금관련은 세무과에 문의하십시오.  단, lpg카드는 아마 정지되었을 겁니다”라고 대답해줬는데 좀 찜찜해서 “이 동네에 사느냐?”라고 물었더니 아주 당연하다는 듯 상대방은 “그렇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혹여 세대분리자가 아닌가 싶어 어머니의 성명을 물었더니 세대분리자로 분류되어있는 상황.


자, 여기서 담당자 출동.  형이 세대분리한 지 2년이 다 되어가고, 시스템상으로 세대분리자를 찾는 기능은 최근(작년 11월 말)에 생겨 약 4개월이 지난 상황인데 세대분리가 된 이후 계속 사용했으면 그 동안에 사용했던 금액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당연히 민원인의 입장으로서는 “배 째라 모드”일 수 밖에(나라도 싫겠다….)


그래서 이왕 일 저질러진 거 확실히 해 보자며 현재 남아있는 보호자카드(신용/체크)를 모두 검색하여 이들이 세대분리가 되어있는지 되어있지 않은지를 찾아내는 작업을 했는데, 아주 상큼하게도 몇 명이 나와주시는 게 아닌가.  그것도 최근 2개월부터 최대 2년까지 아주 다양하다.
현재 이 동네에 남아있는 보호자카드 소지자는 나를 포함하여 총 43명.  그 중에서 5명은 이미 세대분리로 카드를 정지시켜야 할 사람들이다.  물론 이미 재발급으로 정지가 된 사람도 있겠지만 보호자가 바뀌는 경우는 이게 데이터에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어 데이터정리를 해 줘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작정하고 끊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난점이다.  적어도 이들은 끊을 때 연락정도는 하고 끊어줘야 하는데다 그 동안에 lpg할인을 사용했으면 그 금액을 모두 토해내야 하니까


사실 이 lpg세금혜택 제도는 처음엔 제한용량(240L)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장애인을 돌보면서, 장애인과 함께 있는 가족이면 장애인의 취업불가나 병으로 인해 돌보고 있으므로 그만큼 경제적인 손실이 불가피하기에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우리도 2000년에 처음 차를 구입하여 사용했을 때는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었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이를 악용(명의도용, 명의임대 등)으로 인하여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세수의 양이 늘어나고 다른 한 편에서는 “차 있는 장애인만 장애인이냐!  형평성에 안 맞으니 폐지하라!”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어 결국 2009년 말까지 이 제도의 완전 폐지를 하기에 앞서 점차적으로 그 혜택을 줄여나가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가스의 제한용량을 설정하고, 해마다 그 용량을 줄이고, 할인금액을 줄이며 작년에는 장애등급이 낮은 4~6급장애인들의 lpg할인혜택을 끊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들여다보면 “시스템반영-lpg정지”라고 나와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놈의 새울행정시스템이 상당히 허술한 지 아니면 DB의 레코드를 집어넣는 사람이 일하기가 무진장 귀찮았는지 꽤나 대충대충 자료를 집어넣었다는 건데 할인을 받고 있는 사람의 lpg를 끊어놓았다거나 세대분리자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결국 사람 손으로 다 해 줘야 한다(…우엑…)  그래서 오늘 한 게 남아있는 사람들의 세대분리자 찾기 릴레이


뭐, 그렇게 찾아놓으니 한 때 친구였으며 동창이었던 애 이름도 튀어나오고, 말 많고 탈 많은 부자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튀어나오고, 생활보호대상자도 튀어나온다.  이거 참 난감하다.  하긴 이런 일의 연락은 담당자가 해 주는 거니 아저씨가 알아서 해 주시겠지만 이 아저씨의 일하는 특성 상, 꽤나 밀려 그 사이에 카드도 못 끊고 어영부영 하다 금액만 더 커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번의 시스템에서 찾은 세대분리자도 지난달에 끊을 수 있었는데 이 아저씨가 어영부영하는 사이에 시간만 지나 결국 쌈박질 모드까지 번지는 사태가 생겼는데…


이전에는 시스템이 꽤나 무식해서 이런 걸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주민전산(정식이름은 주민행정시스템)과 연계하여 칼같이 찾아낸다.  그렇기에 좀 더 효율적으로 자료를 관리할 수 있고 처리할 수 있기에 일하는 사람은 편하지만 과연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들은 세대분리를 하게 되면 할인혜택이 끊긴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나야 이전부터 세대분리를 하면 안 된다는 걸 여러 인터넷이나 일을 하면서 뼛 속 깊이 기억하고 있지만 말이다


보건복지제도 중에서 장애인에 관한 혜택은 모두 장애인이 중심이다.  절대로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이 중심이 될 수 없다.  가끔은 나도, 내 부모님도 그걸 잊을 때가 있는데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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