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오버랩이 되어…(PS1의 FF 7 플레이)

추억은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오버랩으로 인하여 일정부분 왜곡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일도 없겠지만 우연히 추억의 게임 하나를 접하고 많이 느끼게 되었다.
동생이 일본으로 가져가버린 ps2.  렌즈를 수리하여 사용할 거라며 가져갔는데 오늘 물어보니 2~3000엔 사이의 가격을 받고 해당 부품을 팔기에 일단 사 놓기는 했는데 아직 작업은 안 한 모양인데 사실 이 전에 있던 ps1도 거의 박살나다시피 하여 장식용으로 엠프 위에 있다 AAru군에게 합체하라며 준 적이 있었더랬다.  그 이후로 집에서는 비디오 게임기를 볼 수 없게 되었고 남아있는 건 동생이 그냥 두고 간 ps1/ps2 소프트들 뿐이었다.
작년부터 불기 시작하던 FF 7의 바람.  문득 시간이 지나고보니 다시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문제는 기계가 정품cd를 읽어들이지 못할 정도로 너덜너덜했거나 혹은 아예 기계가 없는 상황이었는데 웹 검색을 하니 ps1을 pc로 돌리는 애뮬이 있다기에 설치하여 집의 FF 7을 넣어봤더니 잘 굴러가는 게 아닌가.  물론 집의 물건은 누군가에게 빌려줬을 때 상당한 스크레치를 만들어 시침 뚝 떼고 돌려준 것이라 인식율이 상당히 나쁘지만 못 굴러갈 건 아니니 일단 넣고 진행은 시키고 있는데 진행할수록 옛 생각과 느낌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실 지나고 보니 생각나는 거지만 스퀘어는 꽤나 진취적인 마인드로 게임을 만들었던 것 같다.  성별을 무시하고 가장 호응도가 좋을 것 같은 게임이 이 게임인데 양쪽을 만족시키는 트랜드와 요소를 넣었기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에게 ‘명작’으로 꼽히는 게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보다 전작인 6편을 더 즐겁게, 애절하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내게 있어 FF 시리즈 최고 명작은 6편이지만 7편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었다.  단지 미니게임이 지나치게 많았고 동체시력이 잘 따라주지 않고 손이 느린 내게 있어 스트레스 덩어리여서 9편보다 더 평가가 낮기는 하지만.  스토리는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설정이 보강되어 적절하게 이해가 갈 정도가 되었고 당시는 거의 모르던 일본어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지문을 보면서 단순히 “어디로 가서 뭘 찾아와라”는 식의 느낌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그만큼 읽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은 길어지지만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미니게임들은 날 골탕먹이기 때문에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때가 가끔 오는 것과 영상출력매체가 tv가 아닌 crt모니터이다보니 별 수 없이 tv보다 훨씬 나쁜 영상을 봐야 하는데다 그 동안 그래픽을 보는 눈이 높아져 당시는 “신의 기술”이라며 감탄하며 보던 동영상도 “…”하며 심드렁하게 보게 된 점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현재는 미드갈 밖으로 빠져나와 필드에서 세이브 한 상태로 내버려 둔 상태이지만 당시의 컬쳐쇼크를 지금와서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FF 7 AC로 인하여 좀 더 신경 써서 봐야 하는 점도 있다보니 플레이시간은 아마 한정없이 늘어질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언젠가 엔딩은 이전처럼 남의 세이브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세피로스를 잡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동생과 함께 했을 때는 많은 소환수를 거느리지 못하고 대충대충 플레이한 것으로 도전했기 때문에 꽤 고생을 했는데 동생친구의 세이브를 얻어와서 해쵸코보를 얻고 나이트 오브 라운드니 흉내내기니 뭐니 하는 괴물같은 마테리아들을 얻고 그걸 장착하고 덤비니 한숨이 나오던 것을 기억한다.  왜 사람들이 FF 시리즈 보스 사상 x번째로 허약한 최종보스가 세피로스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나이트 오브 라운드 소환에 다음 캐릭터가 그걸 흉내내기스킬을 써 버리면 꽤 지겹다, 숏컷도 없고)


추억은 추억인 그대로 남아있지 않는다.  기억은 또다른 기억과 상상을 덧붙여 추억을 희미하게 만들어 서서히 잊혀지게 만들거나 오버랩을 시켜 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추억을 다시 새기려 하는 난 대체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

砂沙美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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