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공무원 감축 3% 기사를 보고

서울시의 공무원 3% 감축에 대한 개인적인 잡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기에 이게 사회적으로 씨알이 먹히리라는 생각도 안 드는 바, 이런 데에 거부감을 갖는 분께서는 읽지 않으실 것을 권합니다



나, 구청에서 1년 3개월동안 아르바이트 했다.  취업연수생-공공근로-출산휴가대체인력, 이렇게 하다보니 참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게 되었는데 사람이 “선의”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나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걸 여기서 배웠다.  모두 자신의 이익이 걸려있고, 생활이 걸려있기에 남을 속이고, 데모하고, 푸념하고, 웃고, 우는 여러 모습을 봤더랬다.  하긴 사회경험이 거의 없었으니 이런 걸 보다보면 신기하기도 했고 “진짜”로 믿었다가 바보되는 경험도 몇 번 해 봤다.  결국 후반기에는 그저 무관심하게 “어, 그래?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신청은 받아준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했던 기억이 난다.  원래부터 인간불신증의 기미가 보이던 차에 아주 인간불신으로 돌아서게 만드는 절호의 교육을 받았다고 할까
내가 본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자신의 책무는 다하고 소탈한 성격들에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들이었지만 월급이나 돈 이야기가 나올 때는 언제나 비교대상이 견실한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과 “외국”이어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속에서 “이 자식들…”소리가 턱 밑까지 올라올 때가 종종 있었었다.  그런 거야 인간이라는 천성 자체가 위를 향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동물이기에 뭐라고 할 생각도 없었고 한다 해 봤자 좋은 소리를 들을 일이 없었기에 서로 웃고 넘기는 수준에서 그쳤었다.  아, 결국 이야기하려는 건 이게 아니고….
조직 내에 있다보면 어떤 사람이 조직의 암적인 존재미여 어떤 사람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눈치를 채게 되지만 ‘조직의 암적인 존재’라는 기준이 좀 애매할 정도로 이넘의 공무원 조직은 하는 일 자체가 생산성도 떨어지고 밑도 끝도 없을 정도로 블랙홀 같은 느낌을 가지는 게 한 둘이 아니었기에 “제길, 삽질이잖아Orz”라며 좌절하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긴 그 일을 시키는 상급자부터 삽질을 요구하긴 하더라만.  기껏 창고 하나를 대강 정리했더니 “어, 이 방법이 아니었나보다.  다시 엎어라”라고 말하는 상급자를 몇 번 보다보니 더하더라만


이번 서울시의 공무원 3% 감축 소식을 들어보고 문득 든 생각 “쇼 하고 앉아있네”였었다.  조직 장악력이 없었던 현 시장이나 보기 싫은 하급자들을 보기 좋게 쳐 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상급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것이고 칼침을 맞는 것은 조직 내에서 왕따로 군림(?)하고 있거나 힘없는 계약직, 기능직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 한다(소명기회고 뭐고 간에).  부산의 모 구도 정권이 교체되어 인원감축바람이 불 때 고위직은 죄다 바람을 피해가고 칼을 맞은 건 하위직들과 기능직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함께 일하던 언니의 말이 떠올랐을 정도니 아마 모르긴 해도 서울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한다.  국민들이나 요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야 생산성 없는 조직의 다이어트와 자신들이 들어갈 기회가 늘 거라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지는 몰라도 제 식구 감싸기 스킬 S+랭크인 그 조직에서 누군가를 쳐 내야 한다면 그만큼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고 잘라내어도 부담없는 사람이어야 할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걸 매 년 하겠다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쇼”가 아니고 뭐겠는가.
혹자는 헌법에 위반되네 어쩌네 라고 하지만 저 조직 사회 내에서는 경쟁의식이라는 게 좀 필요하다고는 여겨진다.  하지만 그 경쟁의식이 엉뚱한 곳에서 불어닥치고 있으니 좀 우습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정작 경쟁의식을 불태워야 할 곳은 상위직들인데 하위직군에서 경쟁의식이 미친듯이 불어닥치고 있으니….


차라리 객관화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저 제도를 시행했다면 그나마 납득이라도 할 텐데 이건 아니올시다이니 구제나 소명기회가 주어진 이상 제대로 잘려나가는 도마뱀의 꼬리는 1%도 안 될 거라는 데 커피 한 잔 건다.  쇼를 하려면 그럴듯하게 해야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으니 재미있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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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공무원 감축 3% 기사를 보고에 1개의 응답

  1. lakie 님의 말:

    커피한잔 버시겠네요. (100%.)
    사기업에 앉아있는 입장에서는, 저는 그다지 월급만큼 일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만 열심히 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대단하시죠.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공무원 조직이란 인원의 1/2를 잘라내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아무 지장 없을거라는데 한표 던집니다. 오히려 슬림해져서 성과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훗훗.

    • 砂沙美 님의 말:

      그들은 지나친 분업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1명이서 하면 좀 힘들어도 2명이면 1명분의 일이 줄어들테니까요. 슬림해지면 슬림해지는대로 “사람 없다!”며 아우성일지도요. 지금도 사람없다고 징징거리는데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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