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가 쉬운 외국어라고?

가끔 주위에서 “일본어만큼 쉬운 외국어가 어디있냐”라는 말을 듣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인상이 구겨지곤 한다


한국인이 일본어를 배우는데 있어 유리한 것은


– 한자문화권이라 한자가 많은 것
– 어순이 같은 것


이 두가지 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정규과목으로 4년간 공부하고 이후에도 잊지 않기 위해 짬짬이 이것저것 손대다보니 느끼는 것은 저 두가지 편의성 이외의 나머지는 그네들의 독특한 문자를 외어야 하고, 수많은 단어를 암기하며, 비록 말이 우리 국어보다 덜 풍부하다 할지라도 상당히 풍부한 어휘를 가지고 있는데다 파고들면 파고 들 수록 수렁에 빠지는 듯한 언어가 일본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어느 한쪽의 문화에 심취하여 그 나라의 말을 정복했다고 착각하는 이들이여, 꿈 깨시라.  그걸 가지고 회화를 한 들 특정계층밖에 받아들여주지 않고, 평균적으로 대화하려면 그보다 더 다양한 어휘와 문구들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이상한 넘 취급 안 당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길 것이다.  왜 교사들이 기초적인 문법만 가르치려 하는지, 가장 딱딱해보이는 문구를 사용하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것이 가장 대중적인 문법과 어휘들이 때문이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는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문체를 정복했다고 구어체까지 정복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완전히 영어문법만 익히고 회화가 안 되는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언어는 보이지 않는 문화 혹은 생물이다.  이 생물은 워낙 독특하여 형체도 없고 눈에 띄는 능력도 없지만 인간사회 속에서 인간과 함께 점점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타국의 인간이 이 생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평생 자국어와 더불어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할 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외국어나 마찬가지다.  자국어가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외국어를 잘 한다 하더라도 그 나라 말로서 비롯되는 문화적 차이와 진의를 느끼며 자국어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외국어를 잘 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평생을 수반하는 노력 없이도 이룰 수 없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 특정 문화에 심취하여 배운 외국어를 진짜로 배우고 잘 한다고 이 나라 말은 쉽네, 이 나라 말은 어렵네 라고 논하지 마라.  말은 살아있는 생물이다.  그 생물을 붙잡고 싶으면 다방면으로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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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가 쉬운 외국어라고?에 1개의 응답

  1. haessal*euriel 님의 말:

    ‘독일어는 울면서 들어갔다가 웃으면서 나오고, 일본어는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온다.’ 라는 말이 있었지요…
    일어를 조금이라도 제대로 공부해봤다면 저 말을 알거나 이해하고 있을텐데…
    어쨌든, 저도 학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지만, 역시 어렵네요 외국어란. (모국어인) 한국말과 미묘하게 다른 문법 하며 낱말 하며 여러가지 등등… 역시 열심히 하는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 ‘일본어만큼 쉬운 외국어가 어디있냐’ 라는 선입견 때문에 일어 번역료가 영어 번역료보다 싼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ㅁ-;

  2. lakie 님의 말:

    일어.. 어느정도까지 익히기는 어렵지 않지만(어순과 한자덕에) 그 뒤가 참 험난한길이 길다고 생각중이긴 합니다만, 뭐 어느 외국어가 그렇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취미로 배운것 치고는 듣기가 꽤 되는 편이라고 생각중이긴 한데. 일본어 듣기에 소비한 그 어마한 시간을 돌이켜보면 쉽게 얻은 스킬이라고는 말 못할듯.
    …뭐. 번역이야 전문서적이 아닌 이상에 정말 비슷비슷한 퀄리티가 많은건 사실입니다만. 스피드의 문제려나요.^^

  3. 砂沙美 님의 말:

    haessal*euriel // 전 독일어는 배워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여느 외국어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국어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외국어를 그만큼 표현해낼 수 있다는데는 이의가 없지요. 아마도 일본어 번역수가가 낮은 건 저 편견도 있겠지만 그만큼 동일문화권이라는 것과 누구에게나 맡겨도 비슷한 퀄리티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lakie // 국어도 꾸준히 익히지 않으면 꼬여버리는 판에 외국어는 오죽하겠습니까. 하지만 확실히 취미로 외국어를 배우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쉽게 잊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스피드의 문제는 여느 외국어나 마찬가지겠지만 일본어가 좀 더 그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아닐까 하네요. 비슷한 의미의 말이 제법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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