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악튜러스”

어제 애니메이트 대화방에서 악튜러스 오프닝을 보게 되어 옛 생각이 나 몇 자 끄적여 본다.

사실 패키지 게임을 샀던 시기는 패키지 게임이 고사되기 1년 전 쯤이 내게 있어 피크 기간이었다. 한창 인터넷이 발달되어갔고, 창세기전 3를 보고 “음…”하던 시절. 그 때 아마 창섹기전 3를 사며 함께 나와있던 악튜러스를 샀던 것 같다. 후에 슬림 패키지판이 나왔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은 ost포함으로 cd 6장인가 7장이 들어있는 패키지였으며 지금도 책장 한구석에 모셔져 있다. 물론 관리가 엉망이었기에 cd는 몰라도 패키지 겉면은 꽤 낡아버렸지만.

창세기전 3를 꾸역꾸역 끝내고 이걸 인스톨하여 플레이하면서 처음에는 미친듯이 웃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스타트 내용은 둘째치고서라도 게임 속 하나하나에서 흘러나오는 개그센스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약한 주인공 시즈와 그런 그를 갈구는 소꿉친구 마리아. 그녀의 충동질에 마을을 빠져나와 번화가로 나온 두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번화가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된장 배달…-_-;;), 누군가가 슬쩍 데려가 마법과 기초전술도 가르쳐주고, 나아가서는 희대의 나르시스트 엘류어드와 만나며 이 게임은 개그를 중심으로 일사천리로 나갈 듯 보였다.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어떤마을에서 벌어진 멧돼지 퇴치 퀘스트를 넘기려 하니 엘류어드가 “거기, 플레이어인 당신. 이 몸이 활약하는 걸 볼 수 있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유저를 붙들어 결국 퇴치퀘스트를 끝내고 보상금을 받았던 것 같다. 게다가 마을마다 갖가지 패러디와 사소한 조건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라거나 퀘스트 등이 깔려 있어 마을 안에 있으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게 참 즐거웠었다

그런데 이게 2장이 되면서부터 완전 시리어스 모드로 탈바꿈하더니 애들의 성격이 180도 변하는 게 아닌가. 울보 시즈는 입 걸걸한 성격으로 가끔 탈바꿈하기도 하고, 엘류어드를 죽자고 쫓아다니던 마리아는 갑자기 고분고분해졌으며, 나르시스트의 극을 달리던 엘류어드는 얼굴을 반을 잃게 되자 그렇지 않아도 나쁜 성격이 더더욱 나빠진 걸 보고 제법 쇼크 먹었던 것 같다. 게다가 1장에 나왔던 피치/캐럿 자매나 아저씨 텐지도 나름대로 고생하는 장면들이나 1장의 발랄하던 분위기를 벗어나 음침하기 짝이 없고 복잡한 맵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었다. 몇 장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제국의 황궁을 두 번 들어갈 기회가 있었던 때 중, 첫번째 침입 당시, 길을 잃고 헤메기를 약 두어시간 이상이 걸린 것 같다. 입구와 출구 즈음에 세이브 포인트가 있어 도중에 그만두면 그동안의 데이터들이 싸그리 날아가 버릴 것이고, 비슷비슷한 구조때문에 꽤 많이 돌았는데 그 안에서 희한한 검을 하나 줏어서 애들의 레벨업을 상당히 편하게 했었던 기억도 나고. 돌아가면서 검을 잡고 몰아주기를 뽑으면 그야말로 경험치의 폭포가 쏟아지는 구조였으니 그 안에서 헤메면서 레벨 99를 만들었던 듯 하다-_-;;

이렇게 앞의 파트는 나름대로 신선하고 넓은 맵으로 플레이어를 몰입시켰으나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맵에서 제작사의 “성의없어 보인다”는 듯한 느낌이 풀풀 묻어났으니… 시리어스 일변도로 흘러가는 스토리는 넘어가고서라도 마을과 맵은 무진장 짧아지고 그 짧아진 맵에 더불어 기존의 맵을 재활용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고, 몬스터도 3~4종류밖에 없어 요리조리 도망다니기에 바빴던 기억이 난다. 황궁에서의 레벨 노가다를 빙자한 길찾기가 너무 길었는지 애들 레벨이 만레벨이 다 되어 더이상 싸워봤자 의미가 없었고, 자금도 나름대로 넉넉한데다 장비품도 일정부분 이상 진행하니 더이상 새로운 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소모품만 구하면 그만이어서 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플레이하면서 “자금과 제작기간에 쪼들렸나?”라는 느낌이 무럭무럭 날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그 이상한 성엔 아직 입장조건을 찾지 못해서 못 들어갔다

여차저차한 끝에 창세모신(?)의 아들이라고 밝혀진 시즈(…아니, 막판에 “아들아!”소리 하면 플레이어가 제대로 납득할 수 있는 건가?)를 중심으로 보스에게 쳐들어가 상큼하게 끝장내고 모두가 잘 되는 해피엔딩을 보니 6x시간의 플레이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엔딩 뒤에 나온 NG모임은 가히 최강이라고 할 만 했으니, 악튜러스의 진정한 재미는 게임N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이걸 한 번 더 보기 위해서 최근 재설치를 해 볼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이후, 그라비티에서 나온 온라인 게임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 프론테라의 위성도시 이즈루드에 시즈와 마리아가 각각 무기점과 도구점(얘들 집이 각각 그 일을 하고 있었음)으로 나온 것을 보고 ‘혹시 엘류어드나 다른 애들이 필드에 있지 않을까?’하고 필드여행을 해 봤으니 악튜러스의 애들은 시즈와 마리아 이외는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찾는 것도 찾는 것이지만 선공몬스터맵으로 들어가면 쫓겨다니느라 바빴고, 무엇보다도 가장 가 보고 싶었던 당시 최강의 보스라고 불리던 바포메트가 사는 숲은 얼씬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 안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였는지 제작사에 “엘류어드와 텐지를 내 놓아라!”라며 건의도 올린 기억도 나고

문득 옛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한 번 오프닝을 본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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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게임 “악튜러스”에 1개의 응답

  1. 아델 님의 말:

    시즈닮은 아이를 이즈루드말고 알데바란(맞던가..?)에서도 볼 수 있어요.11시방향에 +ㅅ+
    아무튼..동영상 맨처음 구경했을때 그림이 왜저래..를 외쳤던듯한..;;

    • 砂沙美 님의 말:

      저 작업을 한 사람이 ‘파터 정’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온플럭스나 미국삘이 나는 영상이 된 듯 합니다. 그래도 게임은 재미있었으니 좋지요. 음? 그 시계마을 알데바란에서도 있었던가요? 못 본 것 같은데…(삐질삐질)

  2. haessal*euriel 님의 말:

    악튜러스.. 걸작임에는 분명하지요. 우여곡절도 많았고… 중간에 몬스터이미지 표절사건이 터져서 부랴부랴 갈아치웠던 적도 있었고… 아쉬움이 남는 작품 중 하나.(덧붙이자면, 초회한정을 안 지른 것을 후회하고 있습;ㅁ; 패키지가 꽤나 빵빵했었다던데…)
    오프닝도 좀 아쉬웠지요. 피터 정. 입니다만, 본편의 그림체와 지나치게 거리감이 있어서 이것도 큰 아쉬움으로 남고 있습니다.
    손노리가 돈을 많이 벌었다면 플스2 리메이크를 기대해보겠지만 손노리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품성에 비해서는 별로 많이 벌어들이지는 못했지요. 그놈의 불법복제 때문에… (쓴웃음) – 공동제작사 그라비리는 아예 온라인으로 돌아섰고… (먼산)

    제가 악튜를 클리어했을 때 플레이시간이 83시간이더군요. 그중 43시간 정도를 chap.1에서 보냈고… 장판은 안 깔았습니다만(…) 몇가지 ‘캐사기’ 마법 조합으로 보스를 골로 보냈었습니다.(프흘) 언제 여유가 되면 다시 돌려봐야겠습니다.

    • 砂沙美 님의 말:

      아, 그 목도리 말씀이시군요. 그거 참 아쉬웠지요, 저도

      확실히 손노리쪽에서 돈을 좀 더 벌었다면 뒷파트도 보강해서 플스용으로 내놨어도 손색이 없었을텐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엥? 캐사기 조합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전 그냥 레벨빨로 밀어붙여버렸던 것 같습니다만…여하간 다시 해 보고 싶은 기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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