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1번가라는 곳에서 동생의 청첩장 샘플을 신청한 게 지난달 중순이었는데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디자인과 문구를 정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이제서야 써 보는 청첩장 샘플 수령 후기.
사실 내가 이 일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적어도 동생 자신이 컨트롤하여 할 줄 알았는데 국내에 청첩장을 돌려야 할 대상자는 결국 부모님의 인맥과 동생의 친구들 뿐이라 부모님의 의견과 내 의견이 섞인 샘플들이 주문되었다.
아래는 그 샘플들
일단 전체샷. 집이 어두워 제대로 된 색감들이 안 나오는 게 안타까울 따름
아래 청첩장들의 면면과 선정 스토리를 살펴보자면
내가 고른 디자인. 글자 안에 붉은 매듭이 그려져 있어 인연을 상징할 것 같아 골랐는데 글자만 있다고 기각당했다
부모님의 선정 No 1. 꼬마 신랑신부가 귀엽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애들 나이가 나이니 만큼 좀 꺼렸던 디자인
비슷한 유형인데 이쪽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내가 골랐던 디자인. 심심한 디자인이라며 기각당했다
부모님의 선정 No 2. 고전적인 면이 느껴진다며 아주 좋아하셨다
나와 아버지의 선정작. 저 글자가 결혼식 날에 맞춰 만들어지기고 안쪽도 봄을 상징하는 핑크색이라 괜찮다고 여긴 디자인
어머니가 고른 디자인. 깨끗하고 귀여운 이미지라며 고르셨으나 좀 작다고 아쉬워 하신 디자인
가족의 만장일치로 고른 디자인 No, 3. 그러나 일주일 뒤에 어머니께서 청첩장을 받으시며 선정 금지가 되어버린 디자인. 어머니 친구네도 저걸 청첩장으로 보냈던 것이다(….)
남은 세 종류는 전적으로 내가 골랐던 디자인인데 고전적이고 심플하면서 멋스럽다고 골랐더니 청첩장엔 저런 심심한 디자인이나 화려한 색감을 쓰지 않는다며 죄다 기각당했다.
결국 애들에게 맡겼더니 샘플과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골라버려 다시 한 번 내게 좌절을 맛보게 했는데 어차피 결혼은 지들이 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니니 내 의견을 강요할 수 없어 현재 동생네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초안을 맞추려 하는 중이다.
인륜지대사 중의 하나인 혼례. 청첩장 하나 하면서도 이렇게 신경 쓸 게 많으니……
그래도 카드1번가 같은 곳이 있어 많은 수고를 덜 수 있으니 그건 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