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군대로세

이번엔 수도가 안 나온 덕에 정말로 초고속의 차례를 지내는 경험을 했다.
모두 아침 9시에 모여 각자 가져온 제수용품을 상에 차리고 제사를 지내며 제사가 끝난 후 음복을 하며 음식을 나눠먹는 데 걸린 시간은 약 2어시간.  12시가 되어 모두 해산.  정말로 초고속이었다.  수도가 얼지 않았으면 전날 저녁에 모두 모여 한바탕 술자리가 벌어졌을 텐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으니 이 부분에 있어선 모두들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이번에 달라진 점은 막내 사촌동생이 군에 입대하여 현재 훈련을 받고 있는데 요즘 세상이 참 많이 좋아진 걸 느끼는 게 막내숙부님이 인터넷을 연결하시더니 혼자 뭔가를 열심히 게시판에 쓰고 계신 거다.  뭐 하시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들에게 편지쓴다”라고 하시는 것.
보통 군에 가면 훈련기간동안은 편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우편으로 보내니 몇 번 못 받고 자대로 넘어가는 게 정상인데 웬 인터넷?  옆에서 쳐다보니 해당 훈련소 전용카페가 있고 그곳 게시판에 해당훈련병에게 글을 올리면 카페지기인 직업군인이 사병을 시켜 그걸 몽땅 출력하여 해당 훈련병에게 전달해준단다.  오호, 세상 좋아졌네.  국방부도 이런 점에 있어선 변하고 있는 게 맞긴 맞구나.  그 속도가 처절할 정도로 느려서 문제지만.  또한 이런 식으로 빠르게 가족과의 연락이 가능하면 그 나름대로 사고 안 치고 잘 버틸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미 몇 년 전에 군을 제대한 동생을 가진 나나 둘째 사촌동생이 보기엔 좀 어이없는 장면이기도 했다.  비록 내가 군에 입대한 적은 없지만 저건 순기능만큼 역기능도 상당할 거 같은데 말이다.  …군대가 무슨 보이스카우트냐…?  하긴 무소식인 것보다는 좀 낫지만 말이다


훈련소기간이다보니 얼마 안 있으면 자대로 넘어갈 걸로 예상되니 나도 카페에 가입은 해 뒀지만 실제로 남이 그걸 모두 읽고 출력해준다는 생각에 성격대로 글을 쓰지 못하여 좀 근질근질하더라.  차라리 우편으로 보내는 게 상큼하게 국방부도 까고, 녀석에게 시원한 말을 해 줄 수 있어 좋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좀 부족할 것 같고


여하간 신세대 군대는 뭔가 다르기도 다르다는 걸 새해부터 느끼고 있는 중


덤 : 우리 집안의 영광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녀석은 경기도로 자대 배치를 받을 듯 하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이 글은 카테고리: 일상잡담에 포함되어 있으며 태그: , , , , (이)가 사용되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