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부산 불꽃축제

전날의 전야제에 이어 본격적인 행사가 있는 광안리 해수욕장. 작년에는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끼여서 보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좀 보자는 생각에 저녁 6시30분부터 해변가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자니 점점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몰려들어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기다린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났을까. 내빈소개와 함께 불꽃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쇼는 개막되었다, 수많은 불꽃과 함께. 작년엔 사람들 틈에 끼여 봤기에 다리쪽에서 이루어지는 쇼는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엔 그나마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다고 할까. 또한 형형색색 빛나는 불꽃들을 보니 “아, 우리의 세금이 저렇게 한 번에 터뜨리고 사라지는 덧없는 것이었구나”라는 묘한 감상에 빠져들게 했다. 솔직히 불꽃보다 사진 찍는데 더 신경을 쓰는 통에 제대로 보지 못한 탓도 있지만
처음엔 네츄럴라이트로 찍어봤는데 너무 화면이 자글자글하게 나오기에 불꽃놀이모드로 바꿔 찍었었는데 나중에 집에서 출력해보니 이건 하나같이 죄다 심령사진이 되어버려 울고싶어지더라. 차라리 동영상모드가 더 나았을 뻔 했으려나 싶을 정도로. 동영상도 개막부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만 하고 일단 정지한 뒤 마지막의 나이아가라 불꽃부터 끝날때까지 돌렸으니 약 9분간 촬영한 셈인데 용량만 더 있었다면 모두를 촬영하고 싶을정도로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 나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쇼 중간에 흐르던 음악 중에서 뜨끔한 것이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중 하나이며 대표곡이라 할 수있는 음악(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회전목마였던 거 같은데)이 들려와 ‘대체 저걸 선곡한 놈이 누구냐, 라이센스는 제대로 내고 하는거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bgm들을 따로 방송용으로 파는 회사가 있고 그 회사가 원곡자들이나 협회에 라이센스비를 내고 상황에 맞는 음악들을 모아 판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업데이트를 한 건가?

그렇게 약 1시간동안에 걸쳐 쇼는 끝났고 공포의 귀가시간이 돌아왔다. 이 축제를 보며 늘 느끼는 거지만 “내려가는 데는 5분, 올라오는 데는 30분”이란 무언의 법칙을 깨고 이번엔 올라오는데 1시간이 걸려버렸다. 사실 파로스 오피스텔 뒷길로 올라오는 것까진 좋았지만 중간 합류지점에서 트럭이 길 한복판을 막고 서 있는 바람에 심하게 정체되어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 물건을 팔고 돌아오던 트럭이 밀려드는 인파에 오도가도 못하게 되어 운전수가 차를 내팽개쳐두고 도망갔다던가 뭐라던가. 덤으로 길가에 차를 대 놓은 동네주민들이 다 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를 “차 긁히면 니들이 다 물어줄거야!?”라며 항의를 하는데…누가 그러게 거기에 차 대라고 했는가. 이 길이 가장 복잡한 거 뻔히 알면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여길정도로 민감한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만큼 제대로 불꽃을 본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많이 남았으니 아마 다음엔 갈 일이 없어보일 듯 하고, 아직 찍사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여 찍는 사진마다 죄다 심령사진이 되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좀 더 수련을 쌓아야 할 듯 하다. 그렇지 않으면 삼각대를 하나 구입하여 흔들림을 보정해보던가.
게다가 늘 그렇지만 규칙이나 룰을 지키는 놈은 바보고, 쓰레기를 아주 널부러놓고 가는 시민의식 덕에 월요일에 전 구청/동직원이 총동원되어 청소할 걸 생각하면 월요일에 제대로 일하긴 글렀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환경정비로 나갈 일은 없겠지만 담당자가 환경정비에 끌려나가고 없으면 그만큼 고생하게 되니까 골치가 아픈 거다.

한 방에 터뜨리고 하늘로 사라지는 불꽃처럼 한 번에 불타고 사그러드는 시민의식이 무진장 아쉬운 행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이 글은 카테고리: 일상잡담에 포함되어 있으며 태그: , , , (이)가 사용되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제3회 부산 불꽃축제에 1개의 응답

  1. .cat 님의 말:

    인생의 회전목마일 듯.
    여튼 무지 예쁘네요. 뭔 동네행사(?!)에서 불꽃놀이하는거 본적은 많지만 불꽃놀이 전용 행사는 본적이 없어서 보고싶긴 해요.

    • 砂沙美 님의 말:

      아, 그랬군요. 인생의 회전목마라… 사실 저거 첫회에 할 땐 집에서 벌벌 떨었었습니다, 유리창 박살나는 줄 알고 말이죠, 그 소리가 무지막지하게 크고 진동이 강했었거든요. 지금은 계속 보러 나가니 집에서는 어떤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직 깨진 유리창은 없으니 괜찮은 모양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