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백수 모드

8월초부터 3개월간 계약된 일을 모두 마치게 되었다.  같은 권내라지만 사무실이 다른 곳(민원봉사과)였는데 이전부터 아는 사람들 덕에 쉽게 TO가 나서 들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 동안 해 온 것들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지역경제과와는 또다른 면을 배우게 된 듯 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게 있다면


1, 별난 넘들이 너무 많다-_-;;
: 사실 소문이긴 하지만 부산에서 가장 별난 민원이 잦은 곳이 여기라고 한다.  도서관도 그렇다는 말을 들었고 또 경험해 보긴 했지만 도서관은 약간 애교수준에서 멈춰야 할 듯 하다.  누구나 다 느끼겠지만 자신이 가장 불행하고 힘들게 여겨진다는 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별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이 지긋하게 든 사람들이 와서 길길이 날뛴다거나 이유가 되지 않는 이유로 어거지를 쓰는 건 예사였으니까.  어쩌면 내가 공무원의 옆에 있으면서 그들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외침은 너무나 피곤하다


2, 반드시 누군가는 이익을 본다
: 세상에는 인과관계가 있어 어떠한 일을 행하면 어떠한 결과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대체로 이런 곳을 찾는 사람들은 무언가의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적이 대부분이며 또한 금전적인 것도 많다.  결국 중재자가 본의아니게 누군가의 편을 들게 되면 반드시 한쪽은 크건 작건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웬만하면 책임 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물론 그 방식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지만


3, 자나깨나 다시 보자, 공문서
: 가끔 보면 공문서 위조에 관한 공문이나 부정인감발급, 주민등록증 위조 등등 별별 나쁜 쪽의 공문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을 보게 된다.  또한 좋은 쪽이이라기보다는 나쁜 쪽으로 오는 게 많다보니 공문서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이게 진짜인지 아닌지-_-;;  내가 받는 거야 이미 검증되어 올라오는 게 전부지만 실제로 보는 사람은 꽤 피곤할 거 같다.


4, 인간불신증의 극에 달한 자들
: 어떠한 일을 하든 마찬가지지만 이곳은 특히 더한 것 같다.  중간의 입장에 있다보니 2번의 경우ㅏ 빈번히 생기고 그러다보니 늘 “뭔가 이상해”라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깔린다.  또한 신고랍시고 전화오는 것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에 방해되는 것들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인상이 자연스럽게 “-_-“표정이 되곤 한다.  결국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  인정있는 세상?  석 달간 민원부서에서 일해보시라.  그런 말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게 된다


5, 자신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 누구나 현재의 위치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취업을 하지 못한 이는 취업한 이를 부러워하며 취업하기를 희망하고, 근로조건이 불안정한 이는 안정된 이를 부러워하며 안정된 곳을 찾으며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는 더 높고 좋으며 편안한 직장을 가진 이를 부러워하며 그것을 바란다.  즉,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인데 요즘 세상에 그정도의 직장을 갖고 있다면 그걸로 된 게 아닌가.  더 높은 곳을 바란다면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그곳으로 올라갈 기회를 만드는 게 정상이라고 여겼는데 현재의 위치에서 더 높은 곳에서 하는 대우를 바라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 많으며 자신들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역시 많다.  내가 본 것은 욕망과 바램의 도가니였는지도 모른다


6, 비효울적인 운영
: 그다지 계획도 없어보이고, 마감이 닥치면 일을 시작하고, 포크레인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한 방에 끝날 걸 삽이라는 도구를 들고 몇 사람이 달라붙어야 일이 끝나는 등의 비효율적인 면을 좀 많이 본 듯 하다.  물론 내가 본 것은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지만 이들이 늘 일이 많고 돈은 없고 사람이 부족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일이야 많더라.  도구사용에 있어 위에서 자주 선택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아 하급자는 실컷 일 해놓고도 갈아엎어야 하는 때가 일상다반사적이고 그러다보니 같은 일에 매달리다 지쳐 여러사람을 같이 붙들고 가라앉는 경우가 생기더라.  뭐랄까.  옛날 나폴레옹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 하다 산을 잘못 찾아 몇 번이나 엉뚱한 산을 등반한다는 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3개월간 있으며 또다른 사회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물론 끽해야 30년정도 살았고, 사회생활은 정말로 짧은 2년정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쩐지 이렇게 해서 사회를 배워간다는 듯한 느낌이다.  일에 있어서는 상당히 체질에 맞지만 과연 내가 그 무식한 암기를 다 해서 시험을 치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하다


당분간은 좀 쉬면서 머릿속을 정리하는 수 밖에 없을지도

砂沙美에 대하여

게임은 게임, 현실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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