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외삼촌의 중학입학선물이긴 했지만 실제로 다루게 된 건 97년에 동생이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그 때는 아직 동생이 군에 가기 전이라 pc에 관련된 건 모두 동생에게 맡기고 사실상 "컴맹"이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pc를 다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당연히 치뤄야 하는 의무인 군대를 동생이 피해갈 수는 없었으니 전적으로 동생에게 맡겨왔던 pc를 결국 내가 만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그게 올해로 딱 10년째가 된다
동생이 군에 간 이후, pc가 상태가 나빠도 왜 나쁜지도 모르고 골골거리는 상태로 1여년을 사용하다 당시 pc통신 eyes의 애니동호회인 ace에서 현재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AAru군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 때 그의 나이가 중학생이었나, 고등학생이었나...;;; 전화를 하면 즉시 달려와주는 고마운 친구이긴 했으나 친동생이 아니다보니 늘 pc상태에 대해 봐 줄 수 있는 입장은 못 되었기에 결국 그의 가르침과 더불어 스스로 pc를 관리하는 법을 알아야 했었다
당시 유행하던 os는 윈도우98. 그 때는 부팅디스켓을 만들어 포멧해야 했었지만 국내 프로그래머가 만든 mdir이 있으면 좀 더 편하게 포멧/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없으면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각종 명령어들을 입력하여 포멧명령어를 찾아야 했던 시절도 있었더랬다(그 명령어를 다시 본 게 웹코딩을 하면서였으니). 그 뒤 win me가 나오고 AAru군이 "디스켓은 뻑이 잘 나니 차라리 정품 win me cd로 부팅해서 포멧하는 게 나을겁니다"라며 건네 준 win me cd는 아직도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win 2k로 넘어가면서 저런 디스켓이나 cd로 A 혹은 D드라이브로 강제부팅하여 포멧명령어를 찾을 필요 없이 cd가 자동실행하게 되어 손쉽게 다음 지시를 내려주면 포멧과 설치가 완료되는 구조로 바뀜에 따라 저런 명령어들은 서서히 잊혀져 갔고 윈도우는 그냥저냥 설치할 수 있게 된 대신, 부품들이 날 골탕먹이기 시작했다
중증시각장애로 인정될 정도로 시력이 나쁘다보니 요령과 힘조절이 안 되서 부품들을 박살내곤 했는데 대표적으로
- 친구 집 전화모뎀
- 공과의 케이블 핀
- 집 pc의 램
- 집 pc의 그래픽카드 콘덴서
- 집 pc의 HDD
- 집 pc의 후면 쿨러
대충 저런 식으로 부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주위에서는 "마이너스의 손"으로 인정되어 부품관련으로 내게 고쳐달란 소리를 안 하니 좋기는 하지만 나 역시 제대로 한 몫을 할 수 없으니 늘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 게 현실이기에 여간 AAru군이나 동생에게 미안한 게 아니다. 그래도 요즘은 램이나 카드류는 요령을 익혀 알아서 빼다 꽂다를 반복하다보니 pc의 상태가 오락가락하는 걸로 버티고 있지만 카드류/HDD/ODD를 제외한 부품들의 교환이나 고장에는 별 수 없이 누군가를 불러야 한다. 그래서 이번주엔 파워교체 건으로 AAru군의 신세를 져야만 한다는 것(어흑...)
사실 필요에 의해 익히게 된 일이지만 주위의 교육(!?)과 인터넷의 힘이 컸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pc 상태가 슬그머니 좋지 않아지면 일단 포멧부터 해 보고, 그래도 안 좋으면 다룰 수 있는 부품을 교체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전화를 하는 수순을 밟다보니 나 자신도 하나씩 알아가는 게 즐겁고, 다음에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쓸모가 있다보니 대비도 되니 좋기는 좋더라. 아직까지 많이 모르는 상태라 전화에 의존하는 게 크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 현재의 내 입장을 잊고 AAru군에게 귀찮게 전화로 상황설명을 한 이후에 전화를 끊고 나면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pc를 앞에 두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전화상으로 주구장창 설명만 한다고 해서 그 상태를 완벽히 알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걸 기대하고 전화를 했으니 말이다. 무진장 미안하구만...;;;
pc관리 올해로 입문 10년째. 아직 배울 게 많고,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 알아야 할 게 많아 실생활에 도움은 되지만 타인을 도와주기 힘든 스킬.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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